미주기구 갈수록 유명무실…중남미 국가들 거부감 확산
2015/6/16
남미국가연합·CELAC 등 급부상에 재정난 겹치며 위기 가중
미주 지역 최대 국제기구인 미주기구(OAS)가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미국-쿠바 외교관계 정상화 합의라는 대형 호재에도 중남미 국가들의 거부감에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OAS는 남북미 35개국 가운데 쿠바를 제외한 34개국이 회원국이다. 쿠바는 미국의 금수조치가 시작된 1962년에 회원국 자격이 정지됐다. OAS는 2009년 쿠바의 회원국 자격 회복을 결의했으나 쿠바는 지금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OAS는 15∼16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총회를 열어 기구 활성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우루과이 외교장관을 지낸 루이스 알마그로 OAS 사무총장은 지난주 우루과이 일간지 엘 파이스 기고문을 통해 "OAS는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라는 양대 원칙을 위한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번 총회는 OAS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원론적인 발언일 뿐 OAS 위상 회복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남미 간에 존재하는 갈등 요인들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중남미 좌파블록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의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은 미국과 끊임없이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두 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중남미 간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는 미국의 제재 이유에 대해 브라질을 비롯해 사실상 모든 중남미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문제에 관해 OAS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남미국가연합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의 대화를 유도하는 등 중재에 나서면서 OAS의 신뢰도는 여지없이 실추됐다.
최근 들어 활동 폭을 넓히는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도 OAS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CELAC는 미주대륙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33개국이 참여하는 기구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구기관 '미주 대화'의 마이클 시프터 소장은 15일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와 인터뷰에서 "OAS의 문제는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중남미 국가들은 OAS가 강력한 기구로 거듭나는 데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프터 소장은 미국이 OAS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중남미 국가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이 전체 예산의 60%를 부담하면서도 OAS에 무관심하고 회원국 문제에 냉담하다는 데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페인버그 연구원은 브라질이 2014년부터 OAS 분담금을 내지 않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OAS의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이는 중남미 국가들이 OAS 없이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알마그로 총장은 "갈등과 분열을 줄이고 생산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OAS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OAS에 대한 중남미 국가들의 거부감이 희석되지 않는 한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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