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르포> 한끼에 일반인 월급 '개인식당', 쿠바 '핫플레이스'(7.7)
관리자 | 2015-07-07 | 조회수 : 1088
<아바나 르포> 한끼에 일반인 월급 '개인식당', 쿠바 '핫플레이스'
2015/7/7
2012년 법 개정 후 거주지 개조한 식당 급증
한 끼 가격은 쿠바 일반인 '월급' 수준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명소인 말레콘 해안가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뒤뜰이 인상적인 명소 '나시오날' 호텔 주변에 있는 국영 식당 라 로카에는 4일(현지시간) 토요일 오후를 맞아 외식을 즐기려는 아바나 시민의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바로 옆 건물 2층에는 초밥과 철판구이를 판다는 간판이 붙은 '페페의 데판야끼'라는 가게가 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4평 남짓한 공간에 큰 철판 2개를 에워싼 탁자를 중심으로 의자 14개가 자리했다. 요리사가 철판에서 각종 해산물을 구워 의자에 앉은 손님에게 나눠주는 모습은 일반 철판구이집과 비슷하다.
다만, 와인잔, 탁자 등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여타 아바나 시내의 국영 식당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페페의 데판야끼'는 쿠바 정부의 개인식당법 개정 후 급속도로 퍼지는 개인 식당(민간 레스토랑)인 '팔라다르' 중 하나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초밥을 팔기도 하나 아바나 시내에서 일본식 철판 요리를 하는 집은 이곳이 유일하다.
초밥, 새우, 쇠고기 등 철판구이, 볶음밥으로 이뤄진 정식 코스의 가격은 20쿡(1쿡은 약 1천200원), 25쿡, 최상급 코스인 30쿡(3만6천원)으로 나뉜다.
쿠바 일반 직장인의 월급이 20∼30쿡인 것에 비춰보면, 일반 쿠바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내는 곳이다.
소수 정예의 돈 많은 쿠바 정부의 고위 관리, 외국인을 겨냥한 곳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가게의 사장인 호세 아렌시비아(67)는 해양·선박 등과 관련한 일을 담당한 쿠바 공무원 출신이다. 1980년부터 1988년까지 8년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자 일본에서 일했고, 1991년 퇴직한 뒤 2012년 팔라다르를 열었다.
호세 사장은 "난 팔라다르 2세대"라며 현재 급증 추세인 팔라다르 현상을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에도 쿠바에는 개인식당이 있었다"면서 "식당의 의자 수를 12개 제한했고, 오로지 가족만 점원으로 고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2년 손님을 50명까지 수용하고, 종업원으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면서 팔라다르 2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종업원들은 피고용증도 있고, 가게 주인은 고용과 관련한 세금도 정부에 낸다"고 덧붙였다.
쿠바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고가의 음식을 제공하면서 대체 얼마냐 버느냐고 묻자, 호세 사장은 "수입이 많지만 제대로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정부에 내야 하는 높은 세금 때문이다.
그는 "매일 매출의 10%와 직원 14명을 고용하는 세금을 정부에 낸다"면서 "또 연말에는 전체 순수익의 50%를 따로 내야 한다"고 소개했다.
사회주의 계획 경제 체제에서 국가의 배급을 받던 쿠바인들에게 개인 이익추구로 발생하는 이익에서 일부를 떼어내 세금을 내야 하는 현실은 아직도 낯설다.
팔라다르가 많이 생기는 추세이나, 높은 세율 등으로 많이 문을 닫기도 한다고 호세 사장은 귀띔했다.
정부에서 음식재료의 수입 권한을 독점하고 팔라다르 업주에게 주지 않는 것도 메뉴 가격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새우와 바닷가재 등 쿠바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확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여타 물건을 식당으로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호세 사장은 "쿠바에서 90마일(145㎞) 떨어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물건을 떼오는데, 미국의 경제봉쇄 정책으로 직수입할 수 없어 마치 내 가족만 먹을 것처럼 보따리로 음식재료를 실어 나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추냉이, 김, 미소된장 등 원재료는 비싸지 않지만, 각종 유통비 등으로 너무 많은 돈을 쓴다'고 푸념했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과 쿠바의 외교 정상화는 호세 사장을 비롯한 팔라다르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호세 사장은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려면 미국 관광객이 많이 쿠바에 들어와야 한다"면서 "오는 20일 대사관 재개설 선언은 양국 관계에서 이제 한 발자국을 뗀 것이지만, 쿠바의 경제 성장에 분명히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반색했다.
그는 스페인이 엄청난 관광 수입을 올리는 것에 비춰 미국의 경제제재로 쿠바의 관광 수입은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자신의 식당을 비롯한 팔라다르와 쿠바 경제 전체가 활성화하려면 경제 봉쇄 해제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아바나<쿠바>=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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