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 푸에르토리코서 미국 본토로 엑서더스 행렬
2015/7/22
재정 위기에 시달리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에서 본토로 이주하는 주민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의 재정 위기 심화가 미국 본토로 떠나는 주민들의 "엑서더스"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1∼2013년 본토로 연평균 5만 명의 인구 순유출을 겪은 푸에르토리코는 총 720억 달러(약 83조 원)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이달부터 취득세를 종전 7%에서 11.5%로 올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전국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 12.4%의 실업률(5월 현재)을 기록하면서 주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고 무작정 미국 본토로 떠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푸에르토리코는 빚을 갚을 수 없다"는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주지사의 최근 발언으로 앞으로 몇 달 동안 본토로 이주하는 주민들이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녀의 방학 기간인 여름을 이용해 고향을 떠나는 주민들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이 선호하는 행선지는 플로리다 중부와 뉴욕, 일리노이 주 등이다.
현재 38만 명의 푸에르토리코인이 거주하는 플로리다 중부에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매달 1천여 가구가 새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높은 생활비와 구직난으로 본토에 온 푸에르토리코인들의 생활고가 계속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침실 2개를 갖춘 아파트의 평균 월 임대료로 비교하면 플로리다 주 올랜도는 1천 달러(약 116만원)로 600달러(약 69만원)에 불과한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의 두 배에 가깝다.
이 때문에 월세를 낼 형편이 안 되는 이주민들은 자동차나 모텔에서 잠을 자고, 플로리다 주 오렌지카운티에서는 공공주택 대기자가 1만4천 명을 넘어섰다.
올랜도에 거주하는 금융상담사인 카티엘리 소토(35)는 "지난 1월에 도착했지만 남편은 아직도 직장을 찾지 못했고 예상보다 높은 임대료가 우리 재산을 쥐어짜 내고 있다"며 "그래도 삶의 질은 (푸에르토리코에서보다) 나아졌지만, 여기 오는 게 모두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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