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혹' 과테말라 대통령 면책특권 박탈 위기
2015/8/26
임기를 5개월 남긴 오토 페레스 몰리나 과테말라 대통령이 부패 의혹으로 면책 특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과테말라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이 세관 뇌물 비리 사건에 관여한 의혹이 짙다며 수사를 위한 면책특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의회는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의 면책특권 박탈에 대해 표결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의회는 2주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박탈을 결정하는 표결을 했으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또 이날 록사나 발데티 전 부통령이 연루된 이 사건에 대해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녹음 기록도 과테말라 법원에 제출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녹음 기록에는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이 세관 책임자에 전화해 인사 담당자를 바꾸라고 지시한 내용이 포함됐고, 새로 임명된 담당자는 지난 4월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발데티 전 부통령은 수입 업체의 세금을 덜어주는 조건으로 370만 달러(약 44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지난주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수도 과테말라시티 곳곳에서 페레스 대통령과 내각의 총 사퇴를 촉구하는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주말 이후 13명의 각료 중 5명이 스스로 물러났다.
내달 6일 실시될 예정인 총선은 뇌물 비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이 퇴진한 뒤로 연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테말라 상공회의소와 대주교가 최근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가 하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권 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는 "페레스 몰리나는 범죄자"라고 비난하는 등 각계에서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작년 10월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와 제약업체의 계약 과정에서 또 다른 수뢰 의혹이 드러나 중앙은행 총재와 일부 각료가 체포되기도 했다.
측근들이 줄줄이 물러나거나 체포되고 있으나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은 결백을 주장하면서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파 성향의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은 군 장성 시절인 1996년 정부 대표로 게릴라와의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2003년 애국자당(PP)을 창당, 정계에 진출해 대통령 선거에서 한 차례 낙선 끝에 지난 2011년 당선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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