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다음 주 미국을 방문, 그동안 껄끄러웠던 대미(對美)관계 개선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라고 스페인 EFE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오는 23일부터 12일간 아르헨티나와 미국, 유럽 국가들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및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3개국 공동 정상회의를 갖고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수출량 조절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6일에는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 '안데스 지역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목소리'를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비드 초케우안카 볼리비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모랄레스 대통령의 방미 목적 가운데 하나는 대미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초케우안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볼리비아는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겠다는 어떠한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잇따라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가 볼리비아의 주권을 존중한다면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초케우안카 장관은 특히 최근 볼리비아와 이란의 협력 강화 움직임이 미국 정부의 우려를 사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는 볼리비아의 주권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은 정부 차원에 그치지 않고 양국 국민의 관계에 대해서도 적용될 것"이라면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이용해 미국 내 학계 인사와 지식인, 사회운동가들을 두루 접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리비아와 미국은 지난 2006년 초 좌파 출신의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사사건건 충돌을 빚으며 갈등을 거듭해 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의료.군사 지원을 거부했으며, 지난 주에는 수도 라파스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출국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