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인 "난데없이 입국비자라니?" 에콰도르정부에 항의
2015/11/30
에콰도르 정부가 쿠바인들에 입국 비자를 요구하자 쿠바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 앞에는 28일(현지시간) 수백 명의 현지인들이 몰려들어 "비자, 비자"를 외치면서 갑작스러운 비자 요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쿠바 관영매체인 쿠바데바테 등이 29일 보도했다.
쿠바인들은 그동안 에콰도르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었으나, 에콰도르 외교부가 다음 달 1일부터 비자를 발급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고 지난 26일밤 발표하면서 인터넷으로 비자를 신청하라고 요구했다.
에콰도르행 항공권을 미리 사놓고 출국을 앞둔 일부 쿠바인은 비자를 신청할 시간도 부족한데다가 인터넷 사정이 열악한 현실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라는 에콰도르 외교부의 발표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에콰도르에서 생활하는 아들을 만나려고 다음 달 2일 출국하는 800달러 상당의 항공권을 예약한 60대 여성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항공권을 사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너무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그동안 무비자 정책으로 쿠바인들이 무분별하게 유입돼 안전상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에콰도르 정부가 쿠바인들에게 입국 비자를 요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으로 향하는 쿠바 이민자들에게 큰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에콰도르에서 시작해 중미를 거쳐 멕시코로 들어간 뒤 미국 국경까지 향하는 통로에 시작부터 장애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중미 코스타리카에서 니카라과 국경을 넘으려던 쿠바 난민 수 천명이 니카라과 정부의 국경 통제로 넘어가지 못한 채 코스타리카 접경 지역 학교와 교회 등 임시 수용소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코스타리카 외교부는 쿠바 난민들에게 '인류애적 통로'를 터줘야 한다고 했으나, 니카라과 측은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작년 말 쿠바가 미국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뒤 향후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가는 난민 수용 정책이 엄격해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행 쿠바 난민의 숫자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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