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마약 괴수' 에스코바르의 하마는 배고프다
2015/12/01
원래 하마의 서식지가 아닌 콜롬비아 중부 지역에 수 십마리의 하마가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마을에까지 어슬렁거려 주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하마 2마리가 안티오키아 주 메데인 시 외곽의 민가가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가 널브러져 휴식을 취하고 가는 광경이 주민들에게 목격됐다고 지역 언론들의 보도를 인용해 중남미 뉴스네트워크인 텔레수르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하마들은 메데인 인근 푸에르토 트리푸노 라는 마을에 있는 한 농장에서 사육되다가 방출됐던 하마들의 '후손'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수년째 콜롬비아에 지속한 가뭄으로 먹잇감이 귀해지자 마을이 있는 곳까지 먹이를 찾아다녀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콜롬비아에는 하마가 없었으나 1980년대 온 나라를 공포에 떨게 한 마약갱단 '메데인 카르텔'의 괴수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자신의 대저택 안에 농장을 지어 외국에서 들여오기 시작했다.
에스코바르는 '나폴리 농장'이라 명명한 이 농장에 하마를 포함해 코끼리, 기린, 타조 등 콜롬비아에 없는 동물들을 사들였다.
조직 운영에 방해되는 정부 요인을 암살하거나 테러를 자행하는 등 악명을 떨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에스코바르는 이러한 위락시설을 지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면서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에스코바르가 1993년 정부군에 사살된 뒤 조직이 와해하면서 에스코바르의 저택은 폐가가 됐고 지역 정부는 농장에 있는 동물들을 다른 동물원으로 이주시켰다.
다만, 하마는 이주 여건이 만만찮아 인근에 있는 인공 호숫가에 풀어놨다.
애초 에스코바르가 사들여온 하마는 암놈 1마리와 수놈 3마리였으나, 적도 부근에 있는 안티오키아의 기후는 이들이 번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했고, 개체 수는 60마리 가까이 불어놨다.
에스코바르가 살던 집 주변과 인근 마을에 하마가 심심찮게 출몰하자 지역민들은 어린이들이 놀이터로 삼는 에스코바르의 폐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주의를 시키는가 하면 환경보호 당국은 다트(dart) 총을 이용해 하마를 몰아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처치'가 곤란해진 하마들을 식용으로 장려하자는 의견이 한때 제시되기도 했으나, 죽은 하마 1마리를 검사한 결과 사람에게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는 렙토스피라병 등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위험한 발상이 되고 말았다.
올해와 내년에 '엘 니뇨'(적도 해수면 기온 상승) 현상에 따른 가뭄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서식 환경이 더욱 나빠진 하마들이 주민들에게 위협이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지 않을까 지역 당국은 고민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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