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4일 권좌에서 물러남에 따라 쿠바에 ‘골프의 봄’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 의장 대행을 맡은 뒤 관광 수입을 늘리기 위해 골프산업을 일으켜 보라고 지시했다.
쿠바에는 1920년대에 골프가 도입돼 1959년 혁명 직전에는 수도 아바나에만도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장 3곳이 있었다.
카스트로 의장은 골프를 ‘게으른 부르주아의 스포츠’라고 비난하면서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숙적이며 골프 애호가인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지칭해 “필드에서 붙으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1961년 혁명가 체 게바라와 아바나에서 라운드를 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였다. 카스트로는 수행 서기(書記)인 로렌조 푸엔테스에게 “내일 신문에 ‘케네디 대통령에게 친선 골프게임 도전장을 던지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게바라는 대단한 열정을 갖고 라운드에 임했고 카스트로는 패했다. 게바라는 학창 시절 아르헨티나에서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골프를 배웠다고 고백했다.
푸엔테스는 사실대로 카스트로가 패했다고 썼고 다음 날 해고됐다. 그는 쿠바 정부에 밉보여 결국 미국 마이애미로 이주했다. 카스트로는 그 후 아바나의 골프 코스 한 곳은 군사학교로, 또 한 곳은 예술학교로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게바라와의 라운드에서 패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아바나엔 9홀짜리 코스 1개만 남아 있는데 그린피가 18달러다. 내국인에겐 너무 비싸 외국인들이 이용한다.
동아일보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