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우파 대통령 내일 취임…'기업인 내각' 출범
2015/12/9
보호무역·공정환율제 폐지 등 내세워…'좌파 다수' 의회 탓 한계 예상
12년 간의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당선된 우파 야당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56)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0일(현지시간) 취임한다.
친(親) 기업 성향의 마크리 당선인은 내각에 '마음 맞는' 대기업 출신 장관들을 상당수 기용한 터라 아르헨티나의 향후 경제 정책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8일 AFP통신과 현지 언론 등이 보도했다.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아르헨티나 최고 인기 축구팀 보카 주니어스의 구단주로도 이름을 알렸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 '바꾸자'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우며 변화를 열망하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해 역전승에 성공했다.
2001년 극심한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회복시킨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이제 한계가 다다랐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에서 자유시장주의자인 마크리의 상반된 접근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그는 선거 전부터 수입 제한 등 보호무역주의를 철폐하고, 농산물 수출 관세를 낮추며, 페소 환율 부양을 위한 공정환율제를 폐지하는 등의 변화를 예고했다.
임명된 장관들 중에도 마크리 당선인과 성향이 비슷한 기업인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경제장관으로 JP모건 임원과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알폰소 프라트-가이를 임명했고, IBM 임원을 거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장을 지낸 수산나 말코라를 외교장관에, 셸 아르헨티나 CEO를 지낸 후안 호세 아란구렌을 에너지광업장관에 각각 기용했다.
여성 장관은 28명 가운데 3명에 그쳤다.
프라트-가이 장관 내정자는 "경제가 다시 작동하도록 해야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다"며 "환율 통제는 말이 안 된다. 지역 경제와 산업을 망가뜨렸다"고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마크리 당선인은 또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로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 헤지펀드와의 분쟁에서도 적극적으로 해결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프라트-가이는 이번 주중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뉴욕에 가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 내틱시스는 "마크리 당선인은 회유책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르헨티나 경제의 골칫거리인 인플레이션이 마크리 정권에서 다소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여전히 현 집권 여당이 의회에서 다수이기 때문에 마크리 당선인이 원활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IHS의 카를로스 카이세도는 AFP에 "(부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키르치네르주의가 여전히 상·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치의 어려움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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