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구하기' 나선 브라질 대법원…"탄핵절차 다시 하라"
2015/12/18
브라질 대법원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 중인 하원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하원이 시작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절차가 잘못됐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판결을 17일(현지시간) 내렸다.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는 하원이 구성한 특별위원회의 동의, 하원 전체의 3분의 2 이상 다수결, 상원의 3분의 2 이상 다수결이 차례로 필요하다.
연방대법원은 하원이 특별위원회를 꾸릴 때 비밀투표로 진행한 점이 잘못됐다며 공개투표로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아울러 하원이 탄핵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상원은 곧장 심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심의 시작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원은 대통령 지지 세력이 다수를 이루는 곳이다.
대법원 재판관 11명 중 8명은 호세프 대통령의 노동자당이 정권을 잡은 2003년 이후 임명됐다.
하원의 특별위원회 구성 오류를 지적한 판결은 찬성 8, 반대 3으로 결정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탄핵을 주도한 에두아르두 쿠냐 연방하원의장은 곤혹스러워졌다.
쿠냐 의장은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이루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그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게 돼 사퇴 위기에 몰린 끝에 노동자당에 지지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세프 대통령의 정부가 지난해 회계에서 재정법을 위반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표면적 이유였고 1990년대 이래 최악으로 꼽히는 경기 침체가 기름을 부었다.
탄핵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PMDB 내부 사정 때문에 비밀 투표를 강행했다가 법원의 판결로 철퇴를 맞아 일이 꼬였다.
PMDB 당수로 연립정권의 부통령을 맡은 미셰우 테메르의 행보도 미묘해졌다.
브라질에서 부통령은 대통령 탄핵 시 자동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해 잔여 임기를 마치게 된다.
호세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테메르 부통령이 막후에서 탄핵 정국을 조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테메르 부통령은 브라질 일간 오 글로보(O Globo)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 뒤에서 계획을 꾸몄다는 말에 정말 괴롭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테메르 부통령은 그러나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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