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쿠바 국교회복 6개월… "미국 망명 희망자는 계속 늘어"
2016/1/20
국교정상화로 망명자 영주권부여 '특례법' 폐지우려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재개한 지 6개월(20일)이 됐지만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쿠바인은 오히려 크게 늘고 있다.
미국이 망명 쿠바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특례법이 국교가 정상화됨에 따라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쿠바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항공편으로 에콰도르로 건너간 후 육로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쿠바인이 1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변국까지 휘말린 국제문제가 되고 있다.
쿠바인의 미국 망명 루트는 배편으로 플로리다 해협을 건너거나 육로로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는 2가지로 대별된다.
일단 미국 땅에 발을 들여 놓기만 하면 망명이 인정되지만 도착전 해상에서 미국 해안경비대에 적발되면 쿠바로 강제송환된다. 배가 뒤집힐 위험도 있어 해협을 건너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육로를 택할 경우 남미 에콰도르가 기점이 된다. 작년 11월 말까지 에콰도르는 쿠바인들에게는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중의 하나였다.
에콰도르에서 미국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4천㎞나 된다. 국경도 8번이나 넘어야 한다.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미국으로 망명하려면 에콰도르까지의 항공료를 포함해 1인당 3천-7천달러(350만-820만 원)가 든다. 밀입국 알선업자나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를 요구하는 경찰관 등에게 돈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중순 에콰도르에 입국해 금년 1월 초 파나마까지 오는데 성공한 쿠바여성은 마이니치 신문의 취재에 메일로 보내온 답신에서 "경찰이 이쪽 형편을 알고는 강도처럼 돈을 빼앗아 갔다"고 한탄했다.
이 여성은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에서는 밀림에 막혀 도로가 끊기는 바람에 밀입국 브로커에게 400달러(약 47만 원)를 주고 2시간 동안 배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북상했다. 여비를 벌려고 에콰도르에 도착한 후 중국식당에서 1개월간 불법취업도 했다.
중미 코스타리카에는 8천 명 가까운 쿠바인이 니카라과와의 국경지대에 발이 묶여 있다. 쿠바 정부와 친밀한 관계인 니카라과 정부는 작년 11월 그때까지 80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묵인해 주던 쿠바인의 자국 영내통과를 금지했다.
몸값을 노려 중미지역에 체재하는 쿠바인을 납치하는 사건도 발생, 현지 국가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니카라과를 제외한 중미 7개국은 인도적 조치로 쿠바인 일부를 멕시코까지 이송하기로 했다. 덕분에 쿠바인 180명이 지난 12일 코스타리카에서 엘살바도르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한 후 버스로 과테말라를 종단, 13일 멕시코에 입국했다.
멕시코 정부는 20일짜리 임시 체재비자를 발급해 주고 기한 내에 미국 국경으로 이동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이송비용 분담과 나머지 체류 쿠바인 처리문제 등을 관계국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쿠바는 약 1년 전인 2014년 12월 국교정상화 방침을 발표한 후 작년 1월 협상을 시작, 4월에 정상회담, 7월에 대사관을 상호 개설했지만 이후 정체상태에 빠졌다.
양측이 최우선과제로 꼽는 미국의 대 쿠바 경제제재해제 문제는 작년 10월 유엔총회가 "해제요구 결의안"을 191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의회를 제때 설득하지 못하는 바람에 반대표를 행사, 국제사회를 실망시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안에 쿠바를 방문하고 싶어하지만, 쿠바의 인권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쿠바의 정치범 체포건수는 작년에도 8천616건에 달해 2014년의 8천899건에 비해 거의 줄지 않은 것으로 인권단체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미국이 우려하는 언론자유 등 인권상황도 호전되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정책에서 양보하면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현재의 답보상태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망명쿠바인 특례법 : 쿠바의 인재유출을 장려해 카스트로 정권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1966년 제정된 '쿠바인 지위조정법'을 가리킨다. 미국 망명자에게 1년 만에 영주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1995년 'wet foot·dry foot '제도를 도입, 해상에서 적발되지만 않고 미국땅을 밟으면 망명을 인정해 주도록 했다. 적발되면 강제송환된다. 멕시코를 경유하는 육로입국도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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