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통령 "영국과 새로운 관계 정립할 것"
2016/1/20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이 포클랜드 전쟁의 악연을 뒤로하고 "영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겠다"고 선언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에서 프랑스 르몽드, 영국 가디언, 스페인 엘파이스, 이탈리아 라스탐파 등 외신 4개 매체와 대담을 하고 "국제문제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랍 11일 취임 후 외신과 처음 인터뷰를 한 마크리 대통령은 20일 스위스로 출국,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만나 관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1982년 아르헨티나 서쪽의 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를 놓고 2개월간 전쟁을 치러 영국이 승리한 이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마크리 대통령은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주권 주장은 유지하겠지만 대화의 분위기가 바뀌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는 대신 "앉아서 이 주제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어떤 방향으로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싶다. 사용 가능한 모든 의사소통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엘리트 가문에서 태어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을 지낸 마크리 대통령은 "우리는 예측 가능하고 믿을 가치가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투자자들의 권리가 존중받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친기업적 국정 운영을 시사했다.
중도우파인 마크리 대통령은 194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이 주창한 국가사회주의 정치 이데올로기, 즉 '페론주의'를 답습한 것으로 평가받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내세운 여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마크리 대통령은 57억 달러(약 6조9천억 원)짜리 파타고니아 댐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고 공무원 1만 명을 해고하는 등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취임 첫 달에만 대통령 칙령을 5차례 발표해 의회 견제를 우회하고 친정부 성향의 족벌 언론을 겨냥한 법률을 무효화하는 등 반대파가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공격할 빌미를 주고 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대통령 칙령을 76차례 발표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나는 헌법적 도구를 사용할 뿐 아무것도 새로 개발하지 않았다"며 "이제 고작 칙령 몇 개를 발표했을 뿐이다. 100개가 넘으면 다시 오라"고 불편한 심사를 드러냈다.
오랜 기간 군부독재와 페론주의가 지배한 아르헨티나에서는 최근 50여 년 사이에 군인과 페론주의자를 제외하면 임기를 끝까지 마친 대통령이 한 명도 없었다.
마크리 대통령은 "기다려 보라"며 임기 완수를 자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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