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신화' 부패 스캔들에 무너지나…정치인생 최대 위기
2016/2/15
브라질 집권당 2018년 대선 전략도 흔들
남미 중도좌파의 대부이자 브라질 정치권의 막후 실력자로 꼽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잇단 부패 의혹으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니 폴랴 지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크게 5가지 부패 연루 의혹으로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부동산 편법 취득과 2006년 대선에서 불법자금 사용,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고위직 인사에 대한 개입, 국영은행의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에 대한 금융지원 과정에서 영향력 행사 등이 현재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이다.
물론 룰라 자신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도 "룰라는 거대한 불의(不義)에 의한 희생자"라며 두둔하고 나섰지만,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현지 유력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브라질 헌정 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을 묻는 말로 벌인 조사에서 룰라는 한때 71%를 얻었으나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39%로 내려갔다.
지난해 말은 사법 당국이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정·재계 부패 스캔들을 한창 수사하던 때다.
수사를 통해 대형 건설업체들이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 중 일부는 돈세탁을 거쳐 주요 정당에 흘러든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예상득표율 조사에서 룰라는 22%를 얻는 데 그쳤다. 야권의 유력 후보에 거의 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룰라를 대선 후보로 내세워서라도 정권을 연장하려는 집권 노동자당(PT)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룰라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공장 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이끌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신화를 창조했다.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집권했고,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당선과 재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잇단 부패 연루 의혹으로 룰라의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10월 지방선거를 앞둔 노동자당은 고민에 빠졌다. 급기야 노동자당은 이달부터 방영되는 TV 홍보물에서 룰라 전 대통령을 뺐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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