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방도 모자란 쿠바…개방 수요 뒤쫓기 '열심'
2016/03/18
외국인 휴대전화 개설 등은 손쉬워져
"이번 달까지는 시내 어느 지점을 가도 차를 구할 수 없을 겁니다."
17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국영 렌터카 업체 '아바나우토스' 직원은 노는 차가 없다고 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 덕분에 관광 성수기가 이어지는 이달 말까지는 쿠바에서 렌터카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 직원은 "다음 달이 돼도 차를 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하루에 소형차 80CUC(약 9만9천 원), 중형차 95CUC(약 11만8천 원)로, 살만한 다른 나라와 견줘 저렴한 수준이 아닌 가격에라도 차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설명이다.
'태환 페소'로 풀이되는 쿠바 화폐 단위 CUC는 애초 외국인 전용으로 도입됐으나 지금은 대부분 분야에서 통용된다.
구소련 붕괴 이후 조금씩 빗장을 열어온 쿠바의 문호는 지난해 7월 미국과 정식 외교 관계 재수립 이후 더욱 활짝 열렸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관광객 숫자와 비교하면 수준급 호텔이 부족해 시내 곳곳에서 '방을 빌려준다'는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방을 구하러 나섰다가는 "지금은 빈방이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개방 기류는 국가의 통제가 엄격한 통신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쿠바 국영 통신회사 에텍사(ETECSA) 관계자는 "외국인은 여권만 있으면 휴대전화 계정을 개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칩을 사려면 현지인에게 음성적으로 부탁해야만 했던 쿠바다.
40CUC(약 4만9천 원)를 주고 유심칩을 사서 휴대전화에 꼽기만 하면 된다.
일시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은 하루 3CUC(약 3천700 원)를 내고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도 등장했다.
변화의 속도가 마냥 빠른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쿠바 통신사 칩을 끼워도 이동통신망이 열악해 몇 곳 안 되는 와이파이 존을 찾아가야만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아직 전파가 닿지 않는 지역이 많아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는 일이 심심찮다.
와이파이도 1시간당 2CUC(약 2천500 원) 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카드를 사야만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속도는 턱없이 느리다.
한 와이파이 존에 사용 인원이 몰리거나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안 좋으면 그마저도 끊기는 일이 잦다고 한다.
렌터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데다 차량을 들여오려면 차량 가격의 800%를 세금으로 내야 할 만큼 수입 장벽은 높다.
아바나 만(灣)에서 낚시를 즐기던 한 시민은 "변화하는 것도, 속도가 느린 것도 사실"이라며 "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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