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미국 선물 필요 없다"…오바마 연설 비판
2016/03/29
"미국 대통령 말 들으면 누구라도 심장마비 걸릴 것"
쿠바의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미국과 쿠바의 '해빙 무드'에 제동을 걸었다.
카스트로는 28일(현지시간) 국영 매체 그란마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제국이 우리에게 주는 어떤 선물도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28년 캘빈 쿨리지 이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로 지난 20∼22일 쿠바를 방문한 것에 대한 피델 카스트로의 첫 반응이다.
'오바마 형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 2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아바나의 국립극장에서 쿠바 국민을 상대로 했던 공개 연설의 주요 부분을 하나씩 짚으며 반박했다.
피델 카스트로는 "이제 과거를 뒤로 넘길 때"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961년 피그만 침공, 1976년 쿠바 항공기 폭파 사건 등 쿠바 정부를 전복하려 한 미국의 시도들을 언급했다.
미국과 쿠바의 경제적 관계 확대에 따른 자본주의적 요소의 확대에 대해서도 그는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피델 카스트로는 "누구도 이 고귀하고 이타적인 나라의 사람들이 교육, 과학, 문화의 발전을 통해 얻은 영광, 권리, 정신적 부를 포기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 주도의 사회 체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국민의 노동과 지식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음식과 재료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델 카스트로는 1959년 쿠바 혁명으로 집권한 이후 쿠바에 있던 미국계 회사들을 국유화하고 공산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쿠바 방문에서 피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와 수차례 만났으나 피델과는 만나지 않았다.
라울은 2008년 형의 뒤를 이어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올라 시장 체제를 일부 도입하는 등 경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89세인 피델은 일선에서 물러나고서 그란마에 글을 기고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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