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 한국 농업위기, 해답은 있다 (3.5)
관리자 | 2008-03-10 | 조회수 : 1258
정부와 기업, 농민들이 함께 서둘러 기업화•세계화에 나서고
상호 인수•합병 통해 규모 키워야
오늘날 세계 60여 개국에 다양한 농산물을 수출하는 세계적인 농업 강국 칠레는 1980년대 중반 농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플레와 물가폭등 속에 칠레 경제는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생산비 증가와 소비 격감으로 농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농민들은 빚더미에 올라 생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에 칠레 정부는 농가 부채를 탕감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여러 농민이 힘을 합쳐 기업을 만들도록 하고, 그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내수 격감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극복해 나갔다. 위기 속에서 국제화, 세계화라는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을 택한 것이다.
농업 기업들은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 전략하에 농산물 재배에서부터 가공,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영하고 관리해 나감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들을 해외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이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생산 농가와 가공업체, 유통업체들을 한데 모으고, 힘을 합쳐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자금지원에 앞장섰고, 이 과정에서 농업 부문에 투자하는 다른 기업과 민간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농업이 투자자와 기업인들에 의해 '위기의 산업'에서 '기회의 산업'으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특정 농산물에 대한 소비 감소와 생산비 폭등, 생산량 변화로 인한 충격과 손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업구조와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나갈 것을 요구했다. 과일과 야채,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등 특정 품목에만 매달리던 기업들은 수평다각화(Horizontal Diversification) 전략에 맞춰 상호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불과 10년 만에 시골 마을의 작은 양계장에 불과했던 '아그로 수퍼' 같은 회사는 이제 연매출 1조원, 고용인원 2만4000명, 세계 50여 개국에 농•축•수산물을 수출하는 세계적 농업기업으로 성장했다.
칠레산 농산물의 한국 수출을 위해 지난 3년간 40여 차례 한국을 드나들면서 한국 농업을 관찰한 결과, 한국 농업의 위기극복 해법도 칠레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농민들이 주주가 된 농업기업을 만들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직계열화와 수평다각화를 통해 철저한 품질관리와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한국에는 이미 삼성, 현대, LG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다. 한국은 이제 농업 분야에서도 이러한 세계적인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농업을 기업화시켜 나가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