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기구, 콜롬비아의 에콰도르 영토침범 인정
중남미 국가들 “미 개입 반대” 공세
중남미 국가들이 콜롬비아 정부군의 에콰도르 영토 침범으로 촉발된 지역 갈등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주 대륙의 지역 협력체인 미주기구(OAS)는 5일 워싱턴에서 긴급 총회를 열어, 콜롬비아의 에콰도르 영토를 침범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미주기구는 또 호세 미겔 인술사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오는 17일 워싱턴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콜롬비아의 책임을 묻는 결의안을 채택키로 한 데에는 비슷한 영토분쟁을 겪는 대다수 중남미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이 콜롬비아 정부군의 영토 침범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 이해 당사국들을 벼랑끝까지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유일하게 콜롬비아를 전폭 지지한 미국의 로버트 만사나레스 미국 대표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전 지역에서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은 콜롬비아를 ‘중남미의 이스라엘’로 규정하는 등 공세의 강도를 더 높였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는 남미 또는 중남미 지역의 문제이며, 미국이 절대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미국이 미주기구에 참여하고 있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레한드로 폭슬레이 칠레 외무장관은 회의에 앞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콜롬비아에서도 미국 우선시 정책이 이웃나라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콜롬비아국립대학 국제정치연구소의 디아나 로하스 교수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미국에 편중된 외교적 태도를 보여 인접국으로부터 적개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게릴라 단체나 마약밀매조직 소탕작전 등에서 브라질 등 인접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마이클 시프터 부소장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베 대통령이 미국 의존적인 대외 정책을 펴와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신문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