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의혹 칠레 시인 네루다 유해 3년만에 고향땅에 재안장
2016/04/27
타살 의혹이 제기돼 발굴됐던 칠레의 '국민 시인'이자 공산주의자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의 유해가 고향 땅으로 되돌아갔다.
네루다의 유해는 26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120㎞ 떨어진 작은 해안 마을인 이슬라 네그라에 있는 묘소에 재매장됐다.
칠레 정부가 네루다에 대한 독살 의혹을 규명하려고 2013년 4월 그의 유해를 묘소에서 꺼낸 지 3년 만이다.
칠레 정부는 네루다의 유해를 재매장하기 전에 이틀간 수도 산티아고 전 국회의사당에 안치해,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
'검은 섬'이라는 뜻을 지닌 이슬라 네그라는 네루다가 1952년부터 별장을 짓고 살며 사후에 묻히길 원했던 곳이다.
하지만 피노체트 정권은 그가 죽자 시신을 산티아고 공동묘지에 묻었고 민선 정부가 들어선 1993년이 돼서야 그는 생전 소원대로 옛집 앞에 안장됐다.
칠레의 대표적 좌파 인사로 꼽히는 네루다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주도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1973년 사망했다.
친구인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1970∼1973년 집권)의 자살과 군부의 압박 등으로 네루다는 망명하려 했으나, 출국 하루 전에 돌연 사망했다.
당시 69세였던 네루다가 전립선암으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는 점으로 미뤄 일단 공식으로는 자연사로 정리됐지만, 독살설은 끊임없이 나돌았다.
암살 의혹이 끊이지 않자 칠레 정부는 2013년 네루다의 무덤에서 유해를 발굴해 조사에 착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살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네루다의 유족들은 추가 조사를 요구했고 지난해 5월 스페인 무르시아 대학교 법의학연구팀이 유해에서 타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다량의 황색포도상구균 감염 흔적을 발견했다.
칠레 내무부는 황색포도상구균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발굴된 후 실험실에서 증식됐다고 반박했다.
칠레 법원은 지난 2월 산티아고 법의학연구소에 보관된 그의 유해 중 분석에 필요한 일부 유해를 제외하고 원래 묘소로 돌려보내도록 지시한 바 있다.
국제전문가들이 현재 박테리아 DNA 분석을 진행 중이며, 최종 결과는 다음달께 발표될 예정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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