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칠레 전 대통령 유해 독살 검시 위해 두 번째 발굴
2016/06/08
칠레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 시절(1973∼1990년)에 의문사한 에두아르도 프레이 몬탈바 전 대통령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유해가 두 번째로 발굴됐다.
7일(현지시간) 엘 메르쿠리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법의학 전문가들은 이날 몬탈바 대통령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검시를 위해 그의 유해를 두 번째로 발굴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산티아고 항소법원이 몬탈바 전 대통령의 사망 원인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1964년부터 1970년까지 대통령을 역임한 몬탈바는 71세 나이인 1982년 산티아고 시내 한 병원에서 탈장 수술을 받고 나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숨졌다.
몬탈바가 당시 입원해 있던 병원은 9년 전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가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몬탈바가 숨질 당시 1980년대 들어 처음으로 반 피노체트 시위가 벌어지는 등 그와 소속 정당인 기독민주당이 독재정권에 맞서는 야당으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상황이었다.
유족들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비밀경찰이 개입한 암살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에 전직 비밀경찰 요원 2명이 체포되고 4명의 의사가 암살을 시사하는 증언을 했다.
2014년에 검시를 위해 몬탈바 전 대통령의 유해가 처음 발굴됐지만,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채 같은 해 10월 조사가 종료됐다.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했고 산티아고 항소법원은 지난해 피노체트 독재정권 비밀요원들이 몬탈바 전 대통령을 독살했다고 판단하고 재조사를 결정했다.
법원은 이날 이뤄진 재발굴을 통해 어떤 종류의 독극물이 암살에 사용됐는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현재 전직 비밀경찰 요원 2명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의사 4명 중 2명은 공모 혐의로, 2명은 범죄 은폐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용의자들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칠레에서는 민주선거로 선출된 첫 좌파 대통령인 살바도르 아옌데(1970∼1973년 집권)와 네루다에 대해서도 암살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절 반체제 인사 등 3천200명이 살해되고, 3만8천 명이 고문을 당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penpia21@yna.co.kr
106.247.8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