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베네수엘라, OAS 총회서 국민소환 투표 놓고 '설전'
관리자 | 2016-06-15 | 조회수 : 896
미국-베네수엘라, OAS 총회서 국민소환 투표 놓고 '설전'
2016/06/15
美 "표현자유ㆍ헌법제도 존중해야"…베네수엘라 "국제적 괴롭힘 희생자"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14일(현지시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총회에서 베네수엘라 대통령 국민소환 투표를 비롯한 정치ㆍ경제 위기의 원인을 놓고 충돌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케리 장관은 총회 개막연설에서 "베네수엘라는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고 정치범을 석방해야 한다"며 "음식과 의약품 부족 현상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특히 "공정하고 시기적절한 국민소환 투표를 포함한 헌법제도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아메리카 대륙 각국의 국민처럼 베네수엘라인들도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헌법제도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달 말 OAS 상임위원회가 베네수엘라의 정치ㆍ경제 상황을 논의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내부의 대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정치, 경제, 사회, 인도주의 관점에서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이스 알마그로 OAS 사무총장은 오는 23일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상임위를 소집했다.
알마그로 사무총장은 베네수엘라의 정국혼란을 놓고 사회주의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사사건건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알마그로 사무총장을 겨냥해 "야권, 미국과 결탁해 베네수엘라를 음해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알마그로 사무총장은 마두로 대통령을 '옹졸한 독재자'라고 비유하며 맞서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케리 장관의 연설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즉각 반발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외무 장관은 "알마그로 사무총장은 편파적이며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하는 야권의 편을 들고 있다"며 "OAS의 상임위 소집은 워싱턴의 명령에 의한 것임이 확인됐다. 그들은 워싱턴의 급여를 받고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우리는 다른 나라나 사회를 판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면서 "베네수엘라는 우파 국가들이 벌인 국제적인 괴롭힘의 희생자다. 베네수엘라는 위엄이 있는 국가며 누구의 자선도 필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음식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 현상의 원인을 생산과 유통망을 장악한 베네수엘라 기득권층이 미국과 결탁해 일으킨 '경제전쟁' 탓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양국은 그러나 이날 오후 양자회담을 열어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하며 한발 물러섰다.
케리 장관은 양자회담 직후 토머스 샤논 미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를 양국 간 대화 대표로 파견하고 OAS 사무총장의 베네수엘라 퇴출 노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대 전력 생산시설인 구리 댐의 수심이 상승함에 따라 13일부터 공무원의 주 2일 근무제를 폐지했다. 공무원들은 이에 따라 월∼금요일에 출근하되, 오후 1시까지만 근무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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