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테메르 정부 각료 3명째 사임…뇌물수수 의혹
2016/06/18
테메르 정부 도덕성에 치명타…탄핵정국 갈수록 안갯속
브라질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가 각료들의 잇따른 사임으로 흔들리고 있다.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아 2명의 각료가 사임한 데 이어 이번에는 뇌물수수 의혹으로 각료 1명이 사임하면서 테메르 정부가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엔히키 에두아르두 아우비스 관광장관이 자신을 둘러싸고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아우비스 장관은 테메르 권한대행이 이끄는 제1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자회사인 트란스페트로 전 대표 세르지우 마샤두는 지난 2008∼2014년에 아우비스 장관에게 160만 헤알(약 5억4천만 원)의 뇌물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마샤두는 부패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플리바겐(수사에 협조하면 형량을 낮춰주는 것)을 통해 이같이 진술했다.
아우비스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나와 관련된 의혹은 명백하게 해명될 것이지만, 테메르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즉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아우비스 장관까지 포함해 지난달 12일 테메르 정부가 출범한 지 5주 만에 사임한 각료는 3명째다.
테메르 권한대행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호메루 주카 기획장관이 부패수사 개입 의혹으로 사임했고, 파비아누 시우베이라 반(反)부패부 장관은 페트로브라스 부패 의혹에 연루된 헤난 칼례이루스 상원의장에게 법적 조언을 하는 전화통화 내용이 TV를 통해 보도되면서 물러났다.
그러나 마샤두 증언의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마샤두는 7개 정당 25명의 정치인을 통해 1억1천500만 헤알(약 388억 원)의 뇌물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마샤두가 언급한 7개 정당은 PMDB와 노동자당(PT),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진보당(PP), 민주당(DEM), 브라질공산당(PCdoB), 녹색당(PV) 등이다.
25명의 정치인에는 테메르 권한대행과 칼례이루스 상원의장, 주제 사르네이 전 대통령, 2014년 대선 후보였던 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상원의원 등이 포함됐다.
마샤두는 정치인들의 요구에 따라 돈을 마련했고, 이 가운데 1억 헤알을 PMDB 인사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마샤두는 테메르 권한대행이 2012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PMDB 소속 상파울루 시장 후보 출마자 캠프에 150만 헤알을 전달하도록 주선했다는 증언도 했다.
지난 2014년 3월부터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가 진행된 이후 테메르 권한대행의 이름이 직접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테메르 권한대행은 합법적인 방법과 범위 안에서 선거자금을 조달한 것이라며 위법 의혹을 부인했으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테메르 권한대행이 수세에 몰리면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호세프 대통령은 조기 대선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상원 표결을 통해 탄핵안이 부결돼 대통령직에 복귀하면 새로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원은 지난달 12일 전체회의 표결에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개시를 촉구한 상원 특별위원회 의견서를 채택했다.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55명이 찬성했고, 22명이 반대했다. 4명은 기권하거나 표결에 불참했다.
오는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상원 전체회의 탄핵안 최종 표결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한 신문이 탄핵안 최종 표결을 앞두고 벌인 상원의원 찬반 의견 조사에서는 찬성 37명, 반대 18명으로 나왔다. 25명은 응답을 유보했고 1명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26명 가운데 다수가 반대하면 탄핵안이 부결될 상황이다.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면 상원의 탄핵안 표결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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