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확장> 9년간의 대공사…366m 길이 배도 통행 '거뜬'
6조2천500억 투입…공사비 갈등·근로자 파업으로 완공 2년 지연
파나마 경제의 주춧돌…"통행료 수입 10년 내 3배로 늘 것"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지름길 파나마 새 운하가 오는 26일(현지시간) 개통한다.
파나마는 기존 운하를 넓히는 대신 그 옆에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는 방식을 택해 9년 만에 새 운하를 완공했다.
새 운하 개통으로 파나마 운하가 물길을 튼 지 102년 만에 통항 규모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총 공사비 6조2천500억 원…공사비 갈등 등 우여곡절 끝 완공 2년 지연
파나마 운하 건설은 해상물류 지형을 바꾼 인류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된다.
남미시장 장악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운하건설에 관심을 보여온 미국은 1903년 신생 독립국인 파나마와 조약을 체결하고 1904년 운하공사에 착수했다.
82㎞에 달하는 파나마 운하는 당시에 총 3억8천70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4천억 달러, 한화 약 471조6천억 원)가 투입되고 공사에 참여한 2만5천여 명이 숨진 가운데 1914년 완공됐다.
미국은 이후 86년간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다가 1977년 9월 미국과 파나마가 체결한 조약에 따라 2000년 1월 1일을 기해 운하를 파나마로 공식 반환했다.
운하를 돌려받은 파나마는 2006년 10월 국민투표를 통해 77.8%의 찬성률로 운하 확장을 가결했다.
파나마 정부가 새 운하건설을 추진한 것은 선박의 대형화 추세와 심해지는 병목 현상 때문이었다.
파나마 운하 통과에 보통 8시간 안팎이 소요되지만, 성수기인 12월부터 3월 사이에는 선박이 몰리는 바람에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데다 갈수록 커지는 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없어 경쟁 상대인 수에즈 운하에 밀린다는 위기감이 새 운하건설을 재촉한 것이다.
총 공사비 53억 달러(6조2천500억 원)가 투입된 새 운하공사는 2007년 9월 시작돼 우여곡절 끝에 9년 만에 완공됐다.
파나마는 운하 개통 100주년인 2014년 8월 15일 운영개시를 목표로 갑문 공사, 진입 수로 확장, 신규 수로 확보 등으로 나눠 공사를 진행했다.
총 공사비의 60%를 차지하는 갑문 공사는 스페인계 사시르(SACYR)를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이 맡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이 컨소시엄에 갑문 시설의 핵심을 구성하는 소형갑문(워터밸브)을 공급했다.
파나마는 그러나 시공 컨소시엄과 초과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과 근로자 파업 등의 돌출 변수가 불거지면서 목표로 삼았던 완공 시기를 놓쳤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 개통 100주년인 2014년에 새 운하를 완공할 계획이었다. 파나마를 포함해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국적의 건설사들로 형성된 컨소시엄(GUPC)이 2013년 말 초과 공사비 16억 달러(1조8천900억 원)를 발주처인 파나마운하관리청(ACP)에 요구하면서 공사가 2개월 넘게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다.
수차례 협상이 결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스페인 정부와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전 파나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에 힘입어 2014년 2월 중순 ACP와 컨소시엄이 극적인 합의를 보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태평양 쪽 수로 공사를 하는 건설노조연합 소속 근로자들이 해고 근로자 복직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새 운하공사에 투입된 근로자는 스페인, 벨기에, 한국 등의 외국 근로자 4천 명을 포함해 4만1천여 명에 달한다.
이사벨 데 세인트 말로 파나마 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서 "새 운하 개통식은 파나마인의 자긍심과 세계무역에 대한 자신감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폭 49m, 길이 366m 선박 통행 가능…"통행료 수입 10년 내 3배로 늘 것"
지난달 공사를 마친 파마나 새 운하는 시험가동을 거쳐 개통식에 이어 27일부터 상업운행에 돌입한다.
그리스 동남부 항구 도시인 피레에프스 항구에서 출발해 중미 지역으로 향하는 중국계 코스코 쉬핑 파나마(Cosco Shipping Panama) 호가 개통식 당일 새 운하를 처음으로 지나간다.
상업운행의 첫 주인공은 일본 NYK 해운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 선박인 린덴 프라이드 호다.
새 운하 개통으로 수용 가능한 선박이 늘어나고, 그동안 이용할 수 없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도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기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파나막스(Panamax)급 선박의 폭과 길이는 각각 최대 32m와 295m지만 새 운하는 폭 49m, 길이 366m의 포스트파나막스(Post-Panamax)급 선박을 수용할 수 있다.
확장된 파나마 운하는 중남미 최고 경제성장세를 견인하는 파나마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마 운하는 2014년에 1만3천482대의 선박이 통과하는 등 세계 해상무역의 5%를 차지하며 160개국 1천700개 항구와 연계돼 있다.
운하를 중심으로 한 물류 부문이 파나마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3.3%에서 2013년 25%로 배 가까이 성장했다.
파나마의 수출액은 2014년 기준으로 약 8억 달러(9천400억 원)에 불과하지만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로 거둬들인 수입은 배가 넘는 19억 달러(2조2천400억 원)에 달한다.
주요 이용국은 작년 기준으로 미국, 중국, 칠레, 일본, 페루, 한국, 콜롬비아, 멕시코, 에콰도르, 캐나다 순이다. 한국 선사의 통항량은 연간 약 250대에 달한다.
2014년 19억 달러의 통행료 수입을 거둔 파나마는 새 운하를 개통한 후 10년 이내에 통항 수입이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부터 2021년까지 새 운하를 포함한 파나마 운하의 정부 재정 기여액도 85억 달러(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파나마 정부가 운하 공사비를 회수하려고 현재 선박 당 약 20만∼30만 달러(2억4천만∼3억5천만 원) 수준인 운하 통행료를 평균 80만 달러(9억4천만 원)로 대폭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penpia21@yna.co.kr
106.247.8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