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자 니카라과운하 곳곳서 반대·논란 좌초위기
2016/06/28
새 파나마운하 개통으로 필요성도 의문시…사업주 증시폭락으로 큰 손실
파나마운하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중국계 기업이 추진해온 니카라과운하 프로젝트가 벌써부터 좌초 위기에 처해 있다.
28일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인 신웨이(信威)공사의 왕징(王靖·43) 회장이 홍콩니라카과운하개발(HKND)을 통해 건설권과 50년 운영권을 확보하고 추진하고 있는 니카라과운하는 곳곳에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재정적 위기 뿐만 아니라 현지 농민단체의 반대, 환경파괴 논란, 미국의 견제 움직임 등이 뒤섞여 공사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최근 새 파나마운하의 개통에 따라 세계 해운 수요 측면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HKND가 사업권을 딴 니카라과운하는 동남부 카리브 해 연안의 푼타 고르다에서 니카라과호수를 거쳐 태평양연안의 브리토에 이르는 총연장 276㎞, 넓이 230∼520m, 깊이 26.9∼30.2m의 대운하다. 파나마운하 길이의 세배, 깊이의 두배에 이른다.
총사업비가 500억달러에 이르는 이 프로젝트는 항만 2곳, 공항, 인공호수 2개, 수문 2개, 도로, 자유무역지대, 관광리조트 건설도 포함하고 있다.
중남미에서 아이티에 이어 두번째로 가난한 니카라과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운하가 건설되면 2018년까지 40만명 이상의 니카라과 주민을 탈빈곤시킬 수 있는 호재로 평가됐다. 중국도 미국의 뒷마당이었던 중남미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여겼다.
하지만 2019년까지 5년내 완공 목표였던 니카라과운하는 착공이 늦어지며 2014년 12월에야 접근 도로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다.
특히 운하건설은 공사 초기부터 수많은 논란과 반대에 직면하며 수문건설, 운하굴착 등 주요 공사에 아직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어서 목표로 내세운 완공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HKND는 지난해 수문, 운하굴착, 접안항만 등 핵심 공정이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가 HKND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연구보고서도 "일정이 매우 도전적"이라고 평가하며 "각종 리스크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업의 재정적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왕 회장이 지난해 중국 증시의 폭락으로 재산의 80%를 잃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업 초기부터 자금난 우려가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02억달러에 달했던 왕 회장의 자산이 지난해 10월 11억달러로 줄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사업에 투입된 30억 위안의 자금이 모두 왕 회장의 개인 자산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현지 농민, 환경운동가, 인권운동가, 경제학자들의 반대에 봉착해 있다.
착공 초기부터 운하 개발 지역의 주민들이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수차례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운하건설로 적정한 보상금도 받지 못한채 집과 농지를 잃고 이주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3만∼10만명의 주민이 이주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운하 개발로 니카라과 열대우림의 상당수가 훼손될 것이라는 생태적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운하가 개통되면 주민들이 용수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팡쿽와이(彭國偉) HKND 부회장은 "예정된 공사 일정에 따라 토지 수용이 뒤따르겠지만 운하개발에 필요한 최소한의 토지만 수용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탐욕스럽지 않으며 공정하고 합당하며 국제관행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카라과의회에서는 최근 중국 기업의 운하 개발을 반대하며 HKND에 준 운하개발권과 운영권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니카라과운하 자체가 필요한지도 논란을 낳고 있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인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마거릿 마이어스 국장은 "운하 건설에 대한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있다는 증거가 없을 뿐더러 두번째 중남미 운하의 수요 예측에도 여전히 논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확장 개통한 파나마 새 운하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해운 수요를 이미 충족시킬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운 전문가인 앤디 레인은 "선박들의 연료절감과 적재용량이 극대화된 환경에서 최근엔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로 가는 컨테이너선이 남아프리카로 돌아오는 경우도 목격된다"며 니카라과운하의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앞으로 5∼10년 동안은 아시아에서 미 동부로 향하는 해운항로에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기에 맞는 수준의 화물선들만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굳이 니카라과운하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개발이 불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밖에 최근 니카라과 정부가 미국 외교관들이 자국내에서 운하프로젝트 관련 첩보를 수집한 이유를 들어 추방한 것에서 보듯 미국의 니카라과운하 견제 움직임도 상당하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외교부는 니카라과운하 투자는 중국계 기업의 독자적 행위이며 중국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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