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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쿠바 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3.11)
관리자 | 2008-03-13 |    조회수 : 1265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자신이 앉아 있던 세 자리 중 두 곳에서 물러나고, 동생 라울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쿠바의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라울은 피델로부터 국가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직과 군 최고사령관 직을 물려받았지만, 공산당 제1서기 자리는 얻지 못했다. 국가의 모든 중요 사안을 피델과 상의하겠다는 라울의 요구를 쿠바 의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것은 스탈린주의의 황금 시기에나 어울릴 만한 장면이다.

 피델이 글로써 자신의 의견을 내거나 외국 고위인사들을 만나고, 에탄올(바이오 연료) 문제에서부터 미국 대선에까지 관여하는 한 다음 두 가지 문제가 여전히 쿠바에 남을 것임은 명백하다. 첫째, 라울은 쿠바인의 식탁에 다시 음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굳게 믿는 자신의 경제 및 규제 개혁 소신조차 제대로 펼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카스트로 형제가 수년 전부터 정리해 놓은 후계 구도가 쿠바 사회에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가져다 준 이점이 있긴 하지만, 라울이 피델의 노쇠한 친위 세력들을 젊은 리더들로 교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라울로부터 국방장관 직을 물려받은 사람은 72세이며, 제1부총리는 77세다.

 라울의 전략은 베트남이나 중국식 해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나 인권 상황에 대한 개선 없이 공산주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시장 친화적 경제개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미국이 반세기 동안 유지했던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고 주장하는 미국 내 일부 인사에게 어느 정도 매력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경제개혁이 결국 정치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실용주의자들은 쿠바를 너무 압박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북돋워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몇몇 유럽 국가들은 쿠바 문제를 미국의 책임 아래 놔두고 간섭하려 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려 한다.
 
 그러나 베트남이나 중국이 걸어온 길은 라틴아메리카에 적용될 수 없다. 이곳은 이미 민주주의에로의 진전과 인권에 대한 존중이란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국가 권력이나 내정 불간섭이라는 신성불가침의 원칙을 뛰어 넘는 법적 질서로 자리 잡았다. 수십년에 걸쳐 쿠데타와 독재 권력, 고문과 실종 등을 경험하고 나서 이런 역병들을 막아낼 수 있는 방화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쿠바만 예외적으로 민주주의나 인권상황을 눈감아 주는 것은 커다란 퇴보를 의미한다. 쿠바에만 무임승차권을 준다면 향후 중앙아메리카에서 독재자나 살인자의 출현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단지 쿠바인들이 멕시코나 미국 플로리다주로 대거 탈출하는 현상을 막을 경제개혁을 위해, 반복되는 인권침해 상황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쿠바 문제와 관련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두 가지 극단적 사고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라틴아메리카 사회로의 재진입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민주주의 규범을 즉각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쿠바를 특별 지역으로 인정해 아예 민주주의 규범 실행에 대한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피델 카스트르는 1953년 라틴아메리카 정치 사상 가장 유명한 연설에서 “역사가 나를 용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가 50년 가까이 권좌에 있으면서 행한 여러 업적이나 투쟁이 국제적 기준과 인근 라틴아메리카 사회와의 투명한 비교를 통해 평가받은 뒤에야 역사가 판단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전체주의 통치방식과 국제적 고립, 문화적 불모지대 등을 사회 정의와 진보를 위한 노력으로 바꿔야만 쿠바 개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호르헤 카스타녜다 전 멕시코 외무장관

정리= 김정욱 기자

중앙일보 김정욱 기자 [jw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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