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호세프 탄핵 저지 여건 조성"…차기 대선 출마도 시사
2016/07/13
8월 말 상원 탄핵안 표결서 부결에 주력…테메르 민영화 추진 강력 비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탄핵정국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탄핵심판으로 직무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인 룰라 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탄핵 시도를 저지하기가 이전보다 쉬워졌다는 견해를 밝혔다.
룰라는 8월 말로 예정된 상원의 탄핵안 최종 표결 결과가 탄핵에 대한 의견을 유보하고 있는 6명 정도의 상원의원 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룰라는 "탄핵을 둘러싼 상원의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면서 "6명의 상원의원이 브라질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며, 국민이 허락한 대통령 임기를 호세프에게 되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브라질 국민만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상원의 최종 표결에서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그렇게 되면 호세프 대통령은 퇴출당하고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채운다.
언론 분석에 따르면 상원의원 가운데 탄핵안 찬성은 38∼40명, 반대는 18∼19명이며 22∼25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거나 의견을 정하지 않았다. 탄핵 찬성 의견이 우세하지만,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54명을 채울 것인지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룰라는 재정적자 해결을 이유로 민영화를 서두르는 테메르 권한대행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테메르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해체하고 있으며 민영화의 이름으로 브라질의 자산을 팔아먹으려 한다"면서 "테메르는 국정 운영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룰라는 차기 대선 출마 의사도 확인했다.
그는 "브라질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내가 2018년 대선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나는 은퇴할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의 정치 환경이 계획을 바꾸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 문제로 1980년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노동자당(PT) 내에서는 2018년 대선 승리를 위해 룰라가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룰라는 부패 스캔들에 잇따라 휩싸이면서 예전만큼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꼽힌다.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집권했고, 정치적 후계자로 점찍은 호세프가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퇴임 당시 여론조사에서 71%가 룰라를 브라질 헌정 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았으나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가 확대되면서 30%대로 내려앉았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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