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위해 감세카드 꺼낸 쿠친스키…마약ㆍ범죄와 전쟁 선포
2016/07/29
28일(현지시간) 페루 대통령으로 취임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는 향후 5년간 거대 야당의 협조 아래 경제성장을 이끌고 범죄, 마약밀매, 빈곤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무엇보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게이코 후지모리를 지지한 절반에 가까운 국민을 아우르고 의회와 협력을 통해 그가 구상하는 경제성장과 각종 사회 개혁 등을 추진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달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50.12%의 득표율을 보인 쿠친스키는 49.88%를 얻은 게이코를 0.24%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표차가 4만1천438표에 불과하므로 실정을 펼쳤다가는 급속하게 민심이 돌아설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쿠친스키가 소속된 변화를 위한 페루인당은 전체 의석 130석 중 18석에 그치지만 게이코가 대표로 있는 민중권력당은 73석에 달해 쿠친스키는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다.
민중권력당이 중도 우파로 쿠친스키 대통령과 정치ㆍ경제적 성향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경기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사건건 정치적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중권력당의 협조를 끌어내려면 게이코 당 대표의 아버지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거취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재임 시절 자행한 학살과 납치, 횡령 등 혐의로 2010년에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최근에는 퇴임을 앞둔 오얀타 우말라 전임 대통령에게 두 번째로 사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의회의 입법을 전제로 가택연금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경제 살리기도 쿠친스키 앞에 놓인 부담 거리다. 이번 페루 대선은 '성장과 분배'로 대표되는 좌우 이념 대결의 장이라기보다 2010년 8.8%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세를 걷는 페루의 경제를 되살릴 적임자를 뽑는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페루 경제는 2000년대에 고성장세를 구가해왔지만 최근 들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우말라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1년 6.5%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3%에 그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쿠친스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투자 유인을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과 세금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민간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내년부터 판매세를 1%포인트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전을 보지 못하는 사회간접자본시설 프로젝트도 취임 6개월 이내에 실행해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공공사업을 발주해 산간오지와 지방 등지에 거주하는 1천만 명의 국민에게 수도를 공급할 계획이다. 세계은행은 페루 국민의 25%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국가 주력 산업인 광산업도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페루는 주요 광물 수출국이지만 환경파괴에 반대하는 시위로 최근 광산업 침체를 겪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광산 개발에 따른 이익을 지역민들과 적절히 공유함으로써 불법 채굴을 근절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좀처럼 줄지 않는 살인과 강도 등의 범죄와 마약밀매 문제도 쿠친스키 대통령 앞에 놓인 고민거리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경찰력을 강화하고 교정시설을 확대하겠다며 마약밀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특정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케이코 민중권력당 대표는 새 교도소를 신설하고 치안 유지 명목으로 군대를 시내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페루는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 중 한 곳이라는 오명을 지고 있다. 마약 탓에 갱단이 활개를 치고 폭력을 일삼아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마약 갱단의 자금 추적을 위해 사법당국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세계인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진지한 국가로 보이기를 바란다"며 "페루가 태평양 연안과 남미에 있는 국가들이 감탄으로 눈으로 바라볼 문명의 상징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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