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산국가' 쿠바 한류팬 "서울서 자본주의 명암 봐"
2016/07/31
"쿠바에선 누구나 교육·의료 공짜…서울은 교통 편하고 깨끗해"
"서울의 고층 빌딩과 깨끗한 지하철에 무척 놀랐어요.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할 만큼 빈곤한 계층도 있더라고요. 자본주의 역시 공산주의처럼 명암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오랜 기간 자본주의를 거부해 사실상 '마지막 공산주의 국가'로 불려온 쿠바 공화국 출신의 디아멜리스 디아즈(29·여)씨는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디아즈는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과 한양대가 올 2월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우승자다. 그는 우승 혜택으로 지난 한달간 한양대 여름국제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날 쿠바로 돌아가는 디아즈는 "에버랜드와 보령 머드 축제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면서 "창덕궁 비원과 제주도를 가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짧은 여정을 돌아봤다.
디아즈도 쿠바의 다른 한류 팬들처럼 '한드'(한국 드라마) 덕분에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쿠바 국영방송 '카날 아바나'는 2013년 2월부터 한드를 방영한다.
디아즈는 "1년여 전 '꽃보다 남자'를 보고 이민호와 한글에 빠지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웃었다. 다만 "가장 좋아하는 스타는 최근 지드래곤으로 바뀌었다"며 "GD!"를 연호했다.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디아즈는 한국인에게 뿌리 깊은 '예의'와 '정'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은 한번 마음을 열면 정직하게 신뢰를 나누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한국 사람들이 만나자마자 나이를 묻는 것은 '숙녀' 디아즈에게 아직도 낯설다. 1959년 쿠바 혁명을 주도한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1928∼1967)가 쿠바 사람인 줄로 오해하는 한국인이 많은 점도 그에게는 색다른 재미였다.
그는 "쿠바의 젊은 세대도 체 게바라를 잘 알고 높이 평가한다"면서 "어떤 위기가 닥쳐도 굴복하는 법이 없었고, 물 한 잔도 나눠 마실 정도로 남을 먼저 돕고 배려하는 정신이 몸에 배어 있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체 게바라 얘기가 나온 김에, 한국에서 자본주의를 겪으면서 쿠바의 공산주의와 달라 보였던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는 "잘 알려져 있듯 쿠바에서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의료가 모두 무료"라면서 "한국은 무엇이든 '지불'(pay)을 해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디아즈는 공산주의의 장점에 대해 설명할 때 '도움'(help)과 '나눔'(share)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다만 "쿠바는 주요 이동·운송수단으로 아직 배를 사용하는데, 한국은 자동차와 철도가 보편화해 있어 편리해 보였다"며 "고층 빌딩이 빼곡해 놀라웠고 어딜 가든 깨끗하고 쾌적한 점은 쿠바보다 나아 보였다"고 서울의 발달상을 칭찬했다.
쿠바 국영 통신회사에서 일하는 디아즈는 한국과 쿠바가 수교 관계를 회복하면 서울에서 일을 하며 살아보고 싶은 꿈이 있다.
쿠바 혁명 이듬해 피델 카스트로 정권은 북한과 수교를 맺었다.
한국과는 지금껏 50여년간 소원했으나 최근 몇년 새 쿠바에 한류 바람이 불고, 올해 6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우리나라 외교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추세다.
디아즈는 "한국과 쿠바 모두 좋아하는 권투나 태권도 등 스포츠를 교류하다 보면 머잖아 수교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면서 "한국에 다시 올 날을 꿈꾸며 쿠바에 돌아가서도 한국어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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