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이티 콜레라 피해자에 도덕적 책임"…물적지원 약속

2016/08/20

美연방항소법원 '유엔 면책특권' 재확인하며 원심 유지 
 
유엔은 19일(현지시간) 2010년 10월 카리브 해 국가 아이티에서 발생해 80만 명을 감염시킨 콜레라 창궐 사태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공식 인정하며 피해자에 대한 물적 지원을 약속했다. 

유엔이 특정 질병의 대량 발병에 연루된 것도, 그리고 그 피해자에 대한 직접 지원을 약속한 것도 처음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파르한 하크 부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아이티 국민이 콜레라의 발병으로 인해 견디고 있는 끔찍한 고통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유엔은 그 피해자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콜레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아이티 피해자를 물적으로 지원하고 돕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콜레라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들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하크 대변인을 통해 말했다. 

이어 "유엔은 콜레라의 감염을 줄이고, 종국에는 박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치료와 보호를 받을 방법을 개선하며, 장기적으로 아이티의 식수·위생·공중보건 문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티의 콜레라는 2010년 10월 중부 '아치보닛 밸리'에서 처음 관찰됐다. 

아이티에 2004년부터 파견된 평화유지군(PKO) 가운데 네팔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던 부대에서 콜레라균이 강을 따라 번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팔에서는 당시 콜레라가 유행하고 있었다.

유엔이 네팔 군인들에 대해 사전에 검사하거나, 완치를 확인하지 않고 현지에 배치한 잘못을 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후 아이티는 국민의 7%인 80만 명 이상이 콜레라에 걸리고, 9천200여 명이 사망한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 

2011년 절정에 이르렀다가 현재 90% 정도가 통제된 것으로 보고되지만, 지난 3월 현재까지도 한 달 평균 37명이 콜레라로 사망하고 있다. 

아이티는 국민의 24%만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다수는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세계 최빈국에 속한 만큼 수인성 질병인 콜레라의 발병은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유엔은 법적으로 면책특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콜레라 사태로 집단소송을 당할 것 같지는 않다. 

뉴욕에 있는 미 연방항소법원은 이날 유엔의 면책특권을 재확인했다. 

콜레라 피해자들이 배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을 2015년 면책특권을 이유로 기각했던 하급 법원의 원심을 유지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앞으로 90일 이내에 대법원에 상고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quintet@yna.co.kr

106.247.8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