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파업-유가상승, 국제과일시장도 긴장
세계적인 농산물 수출국 칠레에서 과일값 폭등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50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 때문에 생산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파업과 유가폭등, 달러하락 등 악재가 겹치자 과일 등 농산물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
현지 일간 메르쿠리오는 칠레의 대표적 과일수출업체 '베르프루트'의 과일포장라인이 최근 노동자들에 의해 점거돼 가동이 중단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처우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수출업체 소유 트럭을 불태우고, 컴퓨터도 파손했다는 것.
또한 노동자들은 집기파손에 그치지 않고 칠레의 수출항인 산 안토니오와 발파라이소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길목까지 점거, 다른 과일수출업체들의 발목까지 잡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출항 산안토니오의 노동자들도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 과일을 담은 냉장 컨테이너 1천300여대가 항구에 묶였다.
국제 원유가 상승과 달러하락도 칠레 농산물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유가폭등으로 인해 지난해 50%나 뛰어오른 현지 전기사용료가 농산물 생산비용을 높여 놓은데 이어 최근엔 끝없이 하락하는 달러화 때문에 수출업체들이 과거 과일가격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닥친 것.
일단 칠레 현지에서 소비되는 농산물 가격부터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최근 칠레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산물 등 식품가격은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1.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칠레 농림부는 포도와 수박, 바나나, 오렌지 등 과일을 비롯해 감자와 토마토 등 농산품 20개의 소비자 가격을 모니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현지에선 국제 과일가격도 조만간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칠레가 지난해에만 23억달러(한화 약 2조2천억원) 상당의 과일을 전세계에 수출하는 등 국제 과일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외교관계자는 "고유가와 달러가치 하락은 단기간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노동자들의 파업도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칠레가 세계적인 농산물 수출국인만큼 국제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티아고=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