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개혁 연속성 위해"…라고스 전 칠레 대통령 대선 출마 선언
2016/09/03
우파 피녜라 전 대통령과 격돌 전망…피녜라 선호도 우세
리카르도 라고스(78) 칠레 전 대통령이 내년에 치러질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라 테르세라 등 현지언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0∼2006년 칠레 대통령을 역임한 라고스는 이날 성명을 내 "집권 중도좌파 연합 정권이 이룩한 개혁의 연속성을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거대한 도전은 현존하는 어려움에 대처해 국가가 수행해온 개혁을 개선하고 연속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라고스의 출마 선언은 미첼 바첼레트 현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 등으로 개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나왔다.
사회주의 성향의 미첼 바첼레트 정부는 세법, 교육, 선거 제도 분야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바첼레트 대통령은 측근 정치인들이 불법 기부로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의심쩍은 사업 거래에 며느리가 연루됐다는 의혹 등 연이은 부패 스캔들 탓에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경제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개혁을 추진할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각종 개혁 조치를 중단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라고스 전 대통령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군부독재에 항거해 투쟁했던 인물이다.
변호사이자 경제학자 출신인 라고스는 피노체트가 정권의 민선 이양을 선언한 뒤 헌법을 개정해 종신 상원의원직을 확보하자 지난 1988년 한 TV 토론회에 출연,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들이대는 제스처로 피노체트를 고문과 살인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칠레 인권투쟁사상 가장 훌륭하고 용기 있는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고스는 내년 선거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과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대표적인 중도우파 정치인이다. 피녜라는 2010년 4년 임기의 우파 정권을 출범시키면서 칠레 민주주의 회복 이후 20년간 계속된 중도좌파 집권 시대를 끝냈다.
피녜라는 집권 기간 연평균 5.3%의 경제 성장률을 이끌었지만, 한때 경제 성장으로 높아진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수준을 적절하게 소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내년 초에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경제 침체 속에 현재 여론은 피녜라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이날 Gfk 아디마르크가 발표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8%가 피녜라를 선호했으며 라고스는 5%에 그쳤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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