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나라' 칠레는 원격의료 황금시장…IT 한국이 의료공백 메운다
2016/09/09
국토길이 4천270㎞ 칠레, 병원과 멀리 사는 사람 많아…"원격진료 시장 커"
한국이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의료 기기를 사용해 칠레 의료시장 개척에 나선다.
코트라(KOTRA) 칠레 산티아고 무역관은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칠레 보건부 주최로 열린 의료 전시회인 '엑스포 오스피탈 2016'에 한국관 부스를 설치하고 원격의료 포럼을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남미 대륙 서안 태평양 쪽에 있는 칠레는 남북 4천270㎞, 동서 177㎞의 길고 좁은 국토로 유명하고 동쪽으로는 험준한 안데스 산맥을 뒀다.
수도 산티아고 등 대도시에는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북쪽 사막 지대, 남쪽 빙하 지대, 동쪽 산악 지대 등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에는 병원과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이 많다.
이번 엑스포에 참가한 한국 6개 기업은 대부분 칠레의 지리적 특성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을 들고 나왔다.
혈당 수치를 확인해 데이터를 병원에 전송할 수 있는 제품을 전시한 중소기업의 백승현 법인장은 "길게 늘어진 나라 칠레에선 병원과 거리가 멀어 제때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의 무선통신 기술이 접목된 기기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정보와 검사 수치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의 최영준 수석연구원은 "칠레는 국토가 긴 국가여서 우리 제품에 적합한 대상"이라며 "칠레뿐만 아니라 중남미가 전반적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시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량과 연결한 컨테이너를 활용한 이동병원을 선보인 업체도 현지 바이어와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칠레는 자국의 특성을 고려해 이미 2014년 말 기준으로 원격의료를 할 수 있는 기본 장비를 갖춘 보건소 110여 곳과 고급 장비를 갖춘 지역 거점 병원 15곳을 운영하고 있다.
방사선과, 피부과, 안과 등 다양한 전공은 물론 에이즈(AIDS), 암, 화상 등 여러 질환이 원격의료 대상이다.
짜고 단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 특성 때문에 당뇨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 빈발한다는 점과 격오지가 많은 지형 특성이 맞물려 원격의료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사회보장정보원 등이 주관해 의사가 없는 도서벽지 같은 의료 취약지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 사업을 하는 단계다.
칠레가 남미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동시에 아직 더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엑스포에 참가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칠레 의료 서비스는 한국으로 치면 1990년대"라며 "인근 남미 국가들은 병원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칠레는 이미 병원은 있는데 이를 어떻게 대형화, 첨단화할지를 고민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미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가 칠레인 만큼 칠레에서 인정받는 제품은 남미 주변 나라들로 진출하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칠레가 남미에서 일종의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트라 권준섭 차장은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수혜 품목 중 하나로 보건·의료 시장을 보고 있으며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며 "칠레 정부도 원격의료 등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을 국가 최우선 정책 과제로 들고 있다"고 전했다.
(산티아고<칠레>=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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