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노동자당 "룰라 기소는 2018년 대선 출마 막으려는 것"
2016/09/16
"또 다른 쿠데타 시도" 주장…'반 테메르' 시위 확산 가능성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연방검찰의 기소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2018년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노동자당은 연방검찰의 기소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에 이은 또 다른 '쿠데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노동자당은 연방검찰의 기소 배경에 2018년 대선에서 룰라의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룰라의 개인 변호인도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연방검찰의 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기소는 정치적 결정으로 이뤄졌으며 룰라가 2018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으로 1980년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노동자당은 룰라를 앞세워 2018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린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당은 내년 3월께 전당대회를 열어 룰라를 새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부패 스캔들에도 브라질 정치권에서 룰라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꼽힌다. 201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주자를 대상으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브라질 사상 첫 좌파정권을 탄생시킨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집권했고, 후계자로 점찍은 호세프가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퇴임 당시 여론조사에서 71%가 룰라를 브라질 헌정 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았으나,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가 확대되면서 30%대로 내려앉았다.
노동자당은 이달 초에 열린 전국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호세프 탄핵으로 정권을 찬탈한 테메르 정부를 끝내기 위해 강력한 야당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룰라는 노동자당과 민주노동당(PDT), 브라질공산당(PCdoB) 등 좌파 정당들에 '반 테메르' 연합전선 구축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검찰은 전날 룰라에게 돈세탁과 허위진술 등 혐의를 적용해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연방검찰은 룰라 외에 그의 부인 마리자 레치시아와 '룰라 연구소'의 파울루 오카모토 소장, 대형 건설업체 OAS 관계자 5명도 함께 기소했다.
룰라 등에 대한 기소는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돼온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에 따른 것이다.
'라바 자투'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오간 사건에 대한 수사로, 지금까지 이 수사를 통해 드러난 뇌물은 6천500만 헤알(약 220억 원)이다. 뇌물 가운데 일부는 돈세탁을 거쳐 주요 정당에 흘러든 것으로 파악됐다.
연방검찰이 룰라 전 대통령에게 부패 혐의를 직접 적용해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연방검찰은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싸고 벌어진 부패 스캔들에서 룰라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대가로 OAS로부터 편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데우탄 달라기뇨우 연방검사는 룰라를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면서 "룰라는 부패 수법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지휘했다"고 말했다.
또 룰라 전 대통령과 그 부인이 2010년 대통령직을 내려놓고도 부패 행각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룰라의 변호인은 연방검찰 측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횡설수설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혐의 제기는 민주주의 법제와 브라질 국민의 지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연방검찰의 룰라 기소로 '반 테메르' 시위가 가열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31일 호세프 탄핵 이후 주요 도시에서는 테메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상파울루에서는 지난 4일 주최 측 추산 10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테메르 대통령 집권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테메르 퇴진과 새로운 대선을 촉구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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