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이민자 공장'?…"15년간 160만명 해외로"
2016/09/22
이민자 60%는 고학력ㆍ전문직…미국, 스페인, 캐나다 등 선호
갈수록 악화하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 탓에 지난 15년간 160만 명이 기회를 찾아 해외로 나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베네수엘라 경제잡지 '디네로'는 8월호에서 '이민자 공장'이라는 제목 아래 21세기 사회주의를 천명하는 베네수엘라는 이제 석유뿐만 아니라 이민자도 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위기로 인해 생필품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어 많은 이들이 안정과 복지를 찾아 이민을 선택하고 있다.
1995년부터의 이민경향을 연구해온 사회학자 이반 데 라 베가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시작된 베네수엘라인들의 집단 이민현상은 최근 몇 년간 더 심화됐다"며 "공식수치는 없지만, 지난 15년(2000∼2015년)간 160만 명이 안전은 물론 직업 측면에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국외로 이주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의 절반 이상이 전문성을 갖춘 핵심 인재다. 이반 교수는 "이민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갖춘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젊은이들"이라며 "이들은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인구통계학자 아니트사 프레이테스는 자신의 연구논문 '최근 몇십 년간의 탈 베네수엘라 이민'에서 전체 이민자 중 교육받은 이민자의 비율이 60.1%로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외국에 있는 베네수엘라인들의 60%가 높은 수준의 학문적 교육을 받았고 대학교육을 마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과학이나 보건 등 정부 지원으로 육성된 전문분야 종사자들이 베네수엘라 대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같은 선별 이민 프로그램을 가진 국가들을 선택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 캐나다에만 합법적 신분을 가진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약 3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민 대상국으로는 미국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통계청의 2010년 통계를 보면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는 2000년 9만1천507명에서 2010년 21만5천23명으로 증가했다. 출산한 자녀들까지 포함하면 현재 26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 베네수엘라 공동체는 플로리다 주 남부 도랄 시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도라수엘라'(Dorazuela)라고 불리기도 한다. 도랄 시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인구 대부분(20.62%)이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이뤄졌다.
스페인도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국가다. 현재 약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5만7천여 명이 베네수엘라 국적자다. 나머지는 이중국적자로 베네수엘라 국적과 스페인 혹은 유럽연합(EU)의 국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민은 선진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은 파나마, 콜롬비아, 에콰도르, 멕시코 등지로도 향하고 있다.
마리아 앙헬라 올긴 콜롬비아 외무부 장관은 최근 들어 연간 2만5천여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콜롬비아로 들어오고, 지난 15년간 3만 4천여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콜롬비아 영주권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파나마의 경우 공식으로 2만4천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이 합법적으로 이주했고 많은 베네수엘라 중산층들이 자신이 구상했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파나마로 떠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가입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를 비롯한 제휴국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회원국 간 체결된 협정으로 인해 비자처리 시간이 길지 않은 데다가 노동활동도 허가돼 있어 해당 국가들로의 영주권 신청이 많이 늘었다. 1만7천여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거주하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올해 1분기에 영주권 신청이 2014년 같은 기간보다 202.84% 증가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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