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걸이 하고 화장한 전사들"…콜롬비아 반군 FARC 절반은 여성
2016/09/28
전투복속 컬러플한 셔츠…목걸이·귀걸이에 화장·매니큐어도
반세기에 걸친 내전 과정에서 테러와 납치로 콜롬비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소속 전사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다.
28일 아사히(朝日)신문의 콜롬비아 남부 FARC 야영지 르포기사에 따르면 밀림을 근거로 게릴라 활동을 해온 FARC 전투원의 무려 45%가 여성이었다. 한때 2만 명 이상에 달했던 FARC의 세력은 7천 명 미만으로 추정된다.
조직 내에서 남녀의 업무차별은 없으며 취사와 청소, 육체노동도 똑같이 분담한다. 홍보담당인 알레한드라 모랄레스(36)는 "세계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라면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하면 게릴라 조직 내에도 같은 비율의 여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여성 전사들은 밀림 속에서 생활하지만, 전투복 속에 형형색색의 셔츠를 입고 목걸이와 귀걸이도 착용하고 있다. 화장하고 매니큐어도 칠한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FARC가 적대시해온 미국풍 디자인은 물론 유명 브랜드 로고가 있는 옷을 입은 여성대원도 많이 눈에 띄었다. 조직 내에 복장에 관한 금지규정은 없다.
FARC에서 16년간 싸워왔다는 여성 전사 파트리시아 바르가스(34)는 "여성이라면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고 "게릴라 대원이라는 것과 여성이라는 건 전혀 별개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FARC 전사들은 울창한 밀림 속에 나뭇가지와 방수시트를 이용해 설치한 텐트에서 생활한다. FARC는 콜롬비아 정부와 FARC 최고사령관이 26일(현지시간) 최종 평화협정에 서명하기에 앞서 각국 언론에 밀림 속 야영지 현장취재를 허용했다.
야영지 입구는 자동소총을 어깨에 둘러멘 전사 여러 명이 감시하고 있다. 텐트 안에는 흙을 쌓아 만든 침대 옆에 AK 자동소총이 놓여 있다. 수류탄과 서바이벌 나이프도 있었다.
FARC의 2인자로 알려진 이반 마르케스 사령관(61)은 아사히신문에 "평화협정은 변혁의 출발점이지 목적지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는 정치활동으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콜롬비아는 식민지 시대 대토지소유제의 잔재로 부유층은 광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토지가 없는 농민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와 혁명군이 서명한 합의 문서에는 농지개혁과 도시와 농촌의 격차 시정이 포함돼 있다.
금지됐던 가족과 친지의 FARC 야영지 방문도 허용되고 있다. 플로렌시아에서 왔다는 아르헤니스 구티에레스(50)는 FARC 전사인 조카 크리스토바르(32)와 15년만에 재회했다.그는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꿈만 같다"고 말했다.
"무기가 좋아서 게릴라가 된 게 아니다. 게릴라가 될 수밖에 없었다"
15형제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학교에도 다니지 못한 채 22년간 전사로 싸워온 제펠슨(36)이 자신이 살아온 반생을 돌아보면서 한 말이다. 게릴라 괴멸을 내세우는 우파 민병대 조직이 농민에게서 가축과 땅을 빼앗고 항거하면 죽였다. "빈부 격차와 폭력에 제동을 걸고 싶어" 게릴라가 됐다고 한다.
똑같이 가난한 농촌 출신의 비비아나 베나지데스(28)는 15세 때 FARC에 가담했다. 오른쪽 무릎에 총상 자국이 남아있다. 그는 "전쟁이 끝나면 간호사 자격을 따고 싶다. 이제부터는 총을 잡지 않고 사회를 바꿔가고 싶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둔 여성전투원도 있었다. 다치아나(36)는 12월에 남자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FARC는 전투에 방해된다며 자녀양육을 허용하지 않았다. 태어난 아기는 고향의 친족에게 맡기는 게 원칙이었다. 그는 그러나 배 속의 아이를 자신이 키울 생각이다. 그는 "이 아이는 반드시 나보다 좋은 인생, 다른 시대를 살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기를 소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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