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카란지루 교도소 학살' 관련자 처벌 무효 판결로 논란
2016/09/28
인권단체 "교도소 폭력 조장할 수 있어"…검찰 "헌법 정신 훼손"
브라질 법원이 사상 최악의 교도소 수감자 대량학살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상파울루 주 형사법원은 1992년 카란지루(Carandiru) 교도소에서 발생한 수감자 학살 사건으로 기소된 경찰 74명에 대한 처벌을 무효로 한다는 판결을 전날 내렸다.
74명의 경찰은 변호인을 통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항소했고,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 공방이 가열됐다.
'카란지루 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92년 10월 2일 경찰이 상파울루 시 인근 카란지루 교도소에서 일어난 폭동을 진압하면서 수감자 111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후 생존자들은 폭동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항복하거나 감방에 숨은 수감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74명의 경찰에게는 48∼624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브라질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헌법 정신을 훼손한 판결"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판결로 가뜩이나 심각한 교도소 내 폭력을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등은 과밀 수용 등 열악한 교도소 환경을 브라질 공공치안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HRW는 "브라질 교정 당국이 교도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고, 수감자들이 교도소 내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교도소에서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수감자들이 자주 폭동을 일으키며, '카란지루 학살 사건도 그중 하나다.
한편, 카란지루 학살 사건은 '거미 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엑토르 바벤코 감독에 의해 '카란지루'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돼 2003년 칸 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다.
영화 '카란지루'는 브라질에서 열악한 교도소 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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