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평화협상 동력되찾나…산토스도 기사회생 '롤러코스터'
2016/10/07
지난달 26일 협정 서명식→2일 국민투표서 부결→7일 평화상 선정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던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7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산토스 대통령으로서는 악몽 같았을 닷새가 지난 다음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2012년 11월부터 FARC와 쿠바 아바나에서 3년 9개월간 협상을 벌인 끝에 올해 6월 쌍방 휴전, 8월 최종 평화협정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 성대한 평화협정 서명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달 2일 국민투표에서 찬성 49.78%, 반대 50.21%로 평화협정이 부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서명식 직후 제기되던 콜롬비아의 노벨 평화상 수상 가능성 논의는 이때를 즈음해 자취를 감췄다.
산토스 대통령의 숙적으로, FARC 강경 대응을 주장하며 평화협정 반대 캠페인을 벌여온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산토스 대통령을 제치고 콜롬비아 정계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지난 3일 "평화협정을 맺고 내전 종식이라는 모든 콜롬비아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 협상단 대표에게 하루 빨리 (재협상)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산토스 대통령은 수년간 만나지도 않았던 우리베 전 대통령과 4일 전화 통화를 했고 6일 비공개 회동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정책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온 정적과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날 노벨 평화상 수상은 산토스 대통령의 평화 정책과 평화협정 재협상 추진에 큰 후원군이 될 전망이다.
노벨위원회는 "50년 이상 계속된 내전을 끝내려는 산토스 대통령의 확고한 노력을 인정해 평화상 수상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평화 과정의 중단과 내전의 재개라는 실질적인 위협이 도사린다"며 "그럴 경우 정부와 FARC가 휴전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평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을 촉구했다.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이상 기존 평화협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국민투표 결과로 부결이 나오면 대통령에겐 평화협정을 이행할 법적 근거가 없어지는 것으로 결정해뒀다.
대통령이 아닌 콜롬비아 의회가 기존 평화협정의 입법을 추진하는 방안도 법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한 정책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이상 의회의 독자적 추진은 정통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평화협정에선 전쟁 범죄를 자백한 FARC 조직원 처벌 면제, 의석 10석 보장과 2018년 대선 참여 허용 등 FARC의 제도권 정치 진입이 가장 큰 논란과 반대를 불러일으킨 조항이었다.
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는 국민투표 부결 이후 "평화협정을 수정해야 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더 불리한 조건에서라도 협상할 의지가 있음을 밝힌 상태다.
산토스 대통령이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진영이 반대한 것은 평화를 위한 갈망이 아니라 세부적인 평화협정이었다"는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 취지에 따라 FARC와 재협상을 거쳐 새로운 평화협정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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