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바로수 브라질리아 회동 결과에 관심
유럽연합(EU)과 브라질이 지난해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양측간에 전개되고 있는 외교.통상 분야의 마찰로 인해 거의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국영통신 아젠시아 브라질이 19일 보도했다.
EU와 브라질은 지난해 7월 초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협정 서명 이후 EU가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위생검역 기준 미달을 이유로 브라질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브라질 정부로부터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스페인 정부가 자국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브라질인을 차별대우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추방 조치를 취하자 브라질 정부도 스페인 출신 입국자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출국명령을 내리는 등 외교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이 브라질을 방문, 19일 중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어서 회동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브라질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룰라 대통령과 바로수 위원장의 회동에서는 EU의 보호무역주의 입장과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 스페인 당국의 브라질인 차별대우 등 3대 현안을 비롯해 EU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가 협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브라질 언론은 룰라-바로수 회동에서 EU와 브라질의 전략적 협력 관계 심화를 위한 뚜렷한 실행방안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현재 브라질과 EU 간에 제기된 문제들이 하나같이 쉽게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난제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양측의 전략적 협력 관계 강화가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와 브라질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EU-메르코수르 FTA 협상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높다.
EU와 메르코수르는 1999년부터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으나 농업 부문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2004년 10월 이후 협상을 중단했으며, 지난해 EU-브라질 정상회의에서 협상 재개가 합의됐다.
그러나 EU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할 경우 EU-메르코수르 협상 역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농산물 수출로만 EU에 대해 15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브라질은 EU가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를 거부할 경우 EU-메르코수르 협상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U와 브라질은 지난해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날 룰라-바로수 회동 결과는 양측간의 전략적 협력 뿐 아니라 EU-메르코수르 FTA 협상, 오는 5월 13~17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열리는 EU-중남미.카리브 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