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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콜롬비아 시민들, 볼리바르 광장에 모여 노벨상 자축
관리자 | 2016-10-10 |    조회수 : 1147
<르포> 콜롬비아 시민들, 볼리바르 광장에 모여 노벨상 자축

2016/10/08 

"평화 추진에 큰 동기부여" vs "이룬 것 없다" 차가운 시선도
 

 평화협정 부결을 딛고 노벨 평화상이라는 큰 상을 받은 콜롬비아의 표정은 들뜨면서도 차분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평화협정을 추진한 공을 인정해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달 평화협정 서명식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노벨상을 거의 거머쥔 듯하다가 이달 2일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표차로 협정이 부결된 이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시민 수십 명은 전날 밤부터 수도 보고타 시내 볼리바르 광장에 텐트를 치고 콜롬비아의 노벨상 수상을 기다리다가 현지시간 새벽에 전해진 수상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새벽부터 광장에 나와 있었다는 펠리페 라모스(25)는 "노벨 평화상은 의심의 여지 없이 평화를 위한 정말 큰 동기부여"라며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호세 안토니오(38)는 "국민투표가 부결될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광장에 나온 것인데 희박한 수상 가능성에도 밤을 새운 수고를 보상받았다"고 즐거워했다.

콜롬비아 시민 모두가 통일된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다. 찬성 49.78%, 반대 50.21%로 갈린 국민투표 결과에서처럼 노벨상 수상 소식에도 시민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특히 '평화엔 찬성, 평화협정엔 반대, 노벨상은 평화 과정에 좋은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아침 출근길을 가던 로레나 루헬레스(31)는 "평화상 수상 소식에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며 "이룬 것이 없지 않은가. 평화협정은 새롭게 협상해야만 하며, 나는 평화상 수상이 조금은 성급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을 한다는 다비드 마우리시오(29)는 "산토스 대통령의 평화 협상 추진이 너무나도 성급했다고 본다"며 "50년 넘게 끌어온 내전인데 고작 3년여 협상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마우리시오는 "노벨상이 평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좋게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이를 기존 평화협정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우리는 더 좋은 평화,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루이스 마르셀(58)은 "나는 국민투표에 인도적으로는 찬성, 정치적으로는 반대했다"며 "노벨상도 같은 맥락이다. 평화를 향해 가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수상 소식이 기쁜 동시에 정치인들이 뭔가 마음대로 할 자격을 얻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노벨위원회는 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50년 이상 계속된 내전을 끝내려는 산토스 대통령의 확고한 노력을 인정해 평화상 수상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진영이 반대한 것은 평화를 위한 갈망이 아니라 세부적인 평화협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FARC가 1964년부터 내전을 벌인 콜롬비아에선 지금까지 사망자 22만 명, 이재민 800만 명, 실종자 4만5천 명이 발생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2012년 11월부터 FARC와 평화 협상을 벌여 평화협정문 도출에 성공하고 서명식까지 치렀지만 협정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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