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노동자당 소수당 전락 위기 속 분열 조짐
2016/11/08
룰라, 새 지도부 구성 등 진로 모색에 주도적 역할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이 부패 스캔들과 대통령 탄핵,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분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노동자당 내에서는 지난달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2018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서도 고전하면 소수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노동자당은 오는 10∼11일 상파울루 시에서 전국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당의 진로를 모색할 예정이다.
'좌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노동자당을 이끄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는 등 내분을 봉합하고 당을 재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룰라는 지난달 말 자신의 71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노동자당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았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특단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노동자당의 새 대표로는 페르난두 아다지 상파울루 시장과 자케스 바기네르 전 국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부패 혐의로 세 차례 기소된 상태인 룰라는 "보수진영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당 대표를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룰라는 지난주 상파울루 시내 한 대학 강연을 통해 "정치에 무관심하면 엘리트의 지배를 받게 된다"며 지지층 결집을 촉구했다.
노동자당을 비롯한 좌파 진영이 지난달 시행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좌파 지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동자당은 1980년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지방선거가 시행되지 않은 행정수도 브라질리아를 제외하고 전국 26개 주의 주도(州都) 가운데 노동자당 소속 시장 당선자는 단 1명이었다. 전국의 시장 당선자는 254명으로 2012년 지방선거 때의 644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지방선거 결과는 2018년 대선과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룰라의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여전히 강력한 대선주자이기는 하지만, 부패 혐의로 재판이 열리면 이미지 추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는 513명의 하원의원 전원과 81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3분의 1을 선출한다.
총선 역시 '우파 강세' 분위기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돼 노동자당은 졸지에 소수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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