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아이콘' 룰라 부패혐의 처벌 가능할까
2016/11/16
테메르 대통령 "정국혼란 가능성…신중해야"
브라질 사법 당국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1) 전 대통령을 부패혐의로 처벌할 수 있을까.
'좌파 아이콘'이라는 명칭 그대로 좌파진영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룰라 전 대통령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룰라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부패혐의로 지난 7월 이후 세 차례 기소됐으며 법원이 기소를 확정하면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룰라 문제는 유엔으로도 확대된 상태다. 룰라는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며 지난 7월 말 유엔 인권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부패수사를 이끄는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가 권한을 남용했으며 수사에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룰라가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3월 모루 판사가 연방경찰에 그를 강제구인하도록 했고, 같은 달 모루 판사가 룰라의 전화통화를 감청한 자료를 공개한 것을 권리 침해의 사례로 제시했다.
유엔 인권위는 탄원서 접수 사실을 확인하고 브라질 사법 당국의 편파수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룰라 처벌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룰라는 전직 대통령이며 두 차례나 대통령직을 역임했다"면서 "룰라에게 실형은 선고하거나 교도소에 수감하면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메르 대통령은 룰라에 대한 처벌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현 정부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룰라는 부패 의혹에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꼽힌다. 201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 사상 첫 좌파정권을 탄생시킨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집권했다. 후계자로 점찍은 지우마 호세프가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룰라는 이달 초 상파울루 시내 한 대학 강연을 통해 "정치에 무관심하면 엘리트의 지배를 받게 된다"며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룰라에 대한 재판은 현재의 정국 흐름을 가늠하는 주요 고비가 되는 것은 물론 2018년 대선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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