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혼란ㆍ허리케인 피해' 아이티서 1년 1개월 만에 다시 대선
2016/11/21
작년 10월 실시됐으나 선거부정으로 무효…정치혼란ㆍ매슈 피해로 거듭 연기
지난 10월 대형 허리케인 '매슈'로 큰 피해를 본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서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와 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이날 선거는 유엔 등 국제기구의 참관 아래 오전 6시부터 순조롭게 시작됐으며, 27명의 대선 후보가 입후보한 가운데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스페인 EFE 통신이 전했다.
유권자가 약 620만 명에 달하지만 많은 국민이 매슈 피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오랜 정치혼란에 식상한 이들이 많아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성인 1만2천8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권 여당의 쥐브넬 모이즈 후보가 54.5%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야권의 주드 셀레스틴 후보가 20.7%로 뒤를 이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이 바나나 생산업체를 경영하는 모이즈 후보는 마르텔리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지자들은 그를 '바나나맨'이라고 부른다.
셀레스틴 후보는 레네 프레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2010년에도 대선에 출마했으나 당시 1차 투표 재검표 과정에서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셀레스틴은 스위스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아이티 정부의 건설부에서 일한 적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투표 결과가 8일 이내에 발표되지 않을 것이며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없거나 1위 득표자가 2위와 최소 2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지 않으면 내년 1월 29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당선자는 내년 2월 취임할 예정이다.
유권자들은 또 109명의 하원 의원 중 임기가 다한 25명과 상원 30명 중 16명을 각각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정치ㆍ사회적 혼란 끝에 1년 1개월 만에 다시 치러지는 것이다. 아이티에서는 지난해 10월 미셸 마르텔리 전 대통령의 후임을 뽑기 위해 54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됐으나 선거 부정이 확인돼 1차 투표 결과가 무효화됐다.
이후 인기 가수 출신으로 2011년 대통령에 당선된 마르텔리 전 대통령이 올해 2월 임기를 마치자 의회는 대선을 주관할 인물로 조슬렘 프리베르 상원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선임했다.
아이티 과도 정부는 정쟁과 시민 폭동 등으로 대선 연기를 거듭하다가 지난 10월 9일 대선과 의원 선거를 시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달 4일 아이티를 강타한 매슈 피해가 심각하자 이날로 재차 연기했다. 매슈로 아이티인 573명이 숨지고 17만5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이티인들은 이번에는 새 대통령이 선출돼 매슈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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