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각국 "카스트로는 역사적 인물" 한 목소리…평가는 엇갈려
2016/11/27
EU, 쿠바와 관계개선 기대…佛 "희망과 환멸의 쿠바혁명 구현"
러 "믿을 수 있는 친구"·이란 "식민주의와 싸운 독보적 인물"
"혁명 훔친 자" vs "진정한 독립 이뤄"…쿠바대사관 앞 찬반시위
유럽 각 국 정부는 26일 쿠바 공산혁명의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타계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는 애도의 뜻을 나타내며 카스트로를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인물'이라는 표현속에서도 한 쪽은 카스트로가 역사에 영향을 미친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한 반면에, 다른 한 쪽은 긍정적인 역할을 부각시켜 대조를 이뤘다.
쿠바의 인권 탄압을 문제삼아 지난 50여년간 쿠바와 서먹한 관계를 유지해온 유럽 국가들은 향후 쿠바와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스트로의 업적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내고 "그(카스트로)의 동생 라울(국가평의회 의장)과 가족, 친구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면서 카스트로를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이어 모게리니 대표는 카스트로가 전세계적인 불확실성의 시대, 쿠바 변화의 시대에 타계했다며 지난 3월 EU와 쿠바가 '정치적 대화와 협력에 대한 협정'을 체결해 관계개선에 나선 점을 언급하며 "EU는 계속해서 쿠바와 굳건한 관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관계개선을 기대했다.
프랑스 엘리제궁도 성명을 내고 "카스트로가 20세기 주요 인물이었다"며 애도의 뜻을 나타낸 뒤 "그는 혁명이 불러일으킨 희망과 뒤따른 환멸 등 쿠바 혁명을 구현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엘리제궁은 "(쿠바) 인권 침해를 비판해 온 프랑스는 미국의 쿠바 금수 조처도 반대했다"면서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를 주장하며 쿠바와의 관계개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프랑스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5월 쿠바를 방문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카스트로는 논란이 이는 인물이지만 쿠바 혁명에서 보여준 카스트로의 리더십은 그를 역사적인 인물로 만들었다"면서 "영국은 쿠바 정부와 외교정책의 우선과제에서 광범위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20세기의 극적이고, 위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닫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카스트로 장례식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카스트로의 박해를 피해 유럽으로 망명한 쿠바 반체제인사들의 친척들은 카스트로의 타계에 대해 '애도'보다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쿠바 반체제인사인 오스왈도 파야의 동생으로 마드리드에 거주하고 있는 사클로스 파야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스트로는 그의 폭정을 시작할 때부터이미 세계를 일촉즉발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면서 "카스트로이즘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우리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드리드의 쿠바 대사관 앞에서는 카스트로 찬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십여명의 카스트로 반대자들은 "폭군이 죽었다", "카스트로는 혁명을 훔친 자"라고 외치며 카스트로의 죽음을 축하한 반면에 스페인 공산당원들이 주축을 이룬 150여명의 시위대는 "카스트로는 진정한 독립을 가져다준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죽음을 애도해 대비를 이뤘다.
쿠바의 우방이었던 러시아는 깊은 애도를 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한 뒤 "이 위대한 국가 지도자의 이름은 진실로 현대 세계사에서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와 그의 동지들에 의해 건설된 자유롭고 독립적인 쿠바는 국제사회의 영향력 있는 일원이 됐고 많은 나라에 영감을 주는 본보기 역할을 했다"며 카스트로를 "러시아의 진실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강조했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동서 냉전 해체의 주역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前) 소련 대통령도 "카스트로는 20세기에 식민지 체제를 파괴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칭송했다.
겐나디 쥬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는 "카스트로는 도덕 정치의 기반을 놓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운명과 노동자들의 가치 있는 삶, 행복한 세계에 대해 고민한 통치자이자 모든 인류의 모범"이라고 애도했다.
이란도 카스트로의 업적을 평가하며 타개를 애도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카스트로는 강대국의 식민주의에 맞서 싸운 독보적 인물"이라며 "쿠바 정부와 국민에 추모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카스트로는 지난 2001년 이란을 방문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이란 고위 인사와 만났다.
(유럽종합=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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