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어디로'…경제개혁 가속·정치지형 변화 예상
2016/11/27
일부에서는 "라울 집권 10년돼 큰 변화없을 것" 전망도
쿠바의 장기집권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현지시간) 타계함에 따라 앞으로 쿠바에서 진행될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이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좌를 물려준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의 영향력이 배후에서 작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의 타계는 쿠바가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할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AFP통신은 26일 피델 카스트로가 역사속으로 사라짐에 따라 쿠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면서 앞으로 쿠바에서 나타날 변화를 짚는 기사를 내보냈다.
현재 국가평의회 의장인 라울은 카리스마있는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게 돼 이전보다 자유롭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피델은 권력을 물려준 뒤에도 국영미디어에 정기적으로 나와 발언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중론이다.
쿠바의 공무원들은 "피델이 여전히 중요한 결정과 관련해서는 조언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델의 타계로 라울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인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Inter-American Dialogue)의 마이클 쉬프터 회장은 피델이 타계하기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피델의 죽음으로 라울이 무게를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형의 정책과 모순되는 것과 관련해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라울이 가장 힘있게 변화시킬 분야는 '경제'로 여겨지고 있다.
라울은 2011년 이후 군사와 경제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 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텍사스대의 쿠바 전문가인 아르투로 로페스 레비는 "피델의 카리스마가 없는 상황에서 공산당의 위치는 경제적 성과에 달려 있다"면서 "실용적이지 않은 공산주의 정책을 없애려고 하는 노력과 함께 시장중심의 개혁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9월 선거 과정에서 "카스트로 정권이 정치·종교적 자유, 정치범 석방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양국의 국교를 정상화한) 행정명령을 뒤집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바에서 신·구 세력간, 강경·진보 세력간 권력다툼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AFP는 진단했다.
올해 85세인 라울은 2018년에는 권좌에서 내려오겠다고 이미 공언한 만큼 차기 최고권력을 놓고 혁명세대와 비혁명세대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2인자는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으로 올해 56세이다. 쿠바혁명에 참가하지 않은 인물로 최고위직이다.
쉬프터는 "대다수 쿠바인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피델의 죽음은 확실하게 권력층 간에 분쟁과 대립의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최고 중재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라울의 행동반경이 넓어진 만큼 다른 정치적 라이벌의 입지도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나이 든 강경 공산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피델의 사망으로 쿠바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앞으로의 변화에 의문을 던졌다.
이 신문은 피델의 죽음이 쿠바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과, 변화가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동시에 전했다.
먼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는 정치단체 '쿠바 포시블'(Cuba Posible)의 로베르토 베이가 이사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피델의 죽음이 감정적인 영향, 정치적인 영향을 가질 것이지만 나라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델이 권좌에서 물러난 지 이미 오래됐고, 라울이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나라를 꾸려왔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쿠바의 은퇴한 역사학자인 엔리퀘 로페스 올리바는 큰 변화를 예상했다.
"한 시대의 끝이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라울이 더 많은 자유를 느끼면서, 변화과정이 가속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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