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미-쿠바관계 재경색 조짐에 중국 '군침'
2016/11/30
쿠바시장 진출 역동적…러시아는 경기침체 탓 '머뭇'
미국과 쿠바 관계가 다시 경색될 조짐을 보이자 그간 쿠바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이 반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유화책으로 반세기 만에 해빙모드를 맞이한 양국 관계가 트럼프의 당선으로 다시 냉각될 위기를 맞았다며 이는 중국에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과 쿠바가 2014년 12월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쿠바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현재 쿠바계 미국인들은 쿠바의 1년 수출액보다 많은 34억 달러(3조9천억원)를 본국에 송금하고 있고, 이들이 쿠바의 친지들에게 보내는 신발, 의류, TV 등 물품액만 하더라도 35억 달러(4조9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쿠바가 더 나은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 때문에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있다.
WSJ는 트럼프의 이 주장이 현실화하면 쿠바가 받는 타격이 커지면서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작년 중국·쿠바간 교역액은 전년 대비 59%나 늘어난 22 달러(2조6천억원)를 기록했고, 올해 1~2분기 교역액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 늘었다.
중국은 이러한 교역 증가에 힘입어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의 2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기업들의 쿠바 내 활약도 괄목할만하다.
중국의 버스회사 정저우(鄭州) 위퉁(宇通)은 2005년 이후 버스 5천800대를 쿠바로 수출했고, 현재 쿠바의 시티와 관광버스의 90% 이상은 이 회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최대 카드사인 유니온페이(은련·銀聯)가 발행한 모든 카드는 쿠바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사용할 수 있고, 중국의 통신기업인 화웨이 장비를 기반으로 쿠바 내 인터넷망이 구축되면서 쿠바 정부가 주파수 대역의 국제기준을 중국이 쓰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기준을 따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4년 쿠바를 찾아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 9월 쿠바를 방문해 재정·통신·환경보호 등 다양한 협정을 체결한 것도 쿠바에 대한 중국의 관심을 보여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중국과 달리 쿠바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는 쿠바와의 경제적 유대 강화에 주저하고 있다.
러시아와 쿠바는 지난 2014년 쿠바에 대한 소련의 차관 322억 달러(38조원) 중 290억 달러(33조원)를 탕감하는 채무 탕감협정을 맺고, 쿠바 화력발전소 건설에 14억 달러(1조5천억원)를 투자하기로 발표했지만 실행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에 러시아가 저유가와 경제침체에 따른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하느라 큰 비용을 야기하는 쿠바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크리스 하머 미국 전쟁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는 이미 아웃"이라며 "러시아는 과거 쿠바에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확실히 이로 인해 재정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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