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2018년 대선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가장 예측불가"
2017/01/02
권력형 부패 스캔들, 2014년 대선 비자금 수사, '트럼프 효과' 등이 변수
새해 브라질 정치권이 일찌감치 2018년 대선 정국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대형 건설업체들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 스캔들과 2014년 대선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최고조에 달한 정치 불신이 대선 정국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사법당국은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부패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수사를 통해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고, 뇌물의 일부는 돈세탁을 거쳐 주요 정당에 흘러든 것으로 파악됐다.
사법당국은 새해에도 부패수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공공건설 사업 비리와 공금유용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고 예고했다.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에 직접 연관된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의 전직 임원들은 검찰과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을 통해 2014년 대선에서 연립여당의 대선 캠프에 3천만 헤알(약 106억 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립여당의 정·부통령 후보는 좌파 노동자당(PT) 소속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이었다.
증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연방선거법원에 의해 2014년 대선 결과가 무효 처리될 수도 있다. 연방선거법원장은 내년 상반기 중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정국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변수들이 잠복해 있는 점을 들어 "2018년 대선은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이 끝나고 민주화된 이후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장들이 1일(현지시간) 취임한 것을 계기로 유력 대선 후보군이 떠오르고 있다.
우선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몰린 노동자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차기 대선후보로 내세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 예비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본인의 부인에도 브라질민주운동당의 후보로 꼽힌다. 사상 최악의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려낸다면 단숨에 유력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에서는 제라우두 아우키민 상파울루 주지사와 주제 세하 외교장관, 아에시우 네비스 상원의원이 대선 후보로 꼽힌다. 세 사람은 과거 대선에 출마해 룰라 전 대통령과 호세프 전 대통령에 패배한 경험이 있다.
환경운동을 통해 '아마존의 여전사'로 불리며 현재 지속가능 네트워크(Rede)라는 정당을 이끄는 마리나 시우바 전 상원의원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하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의회 내 지지 기반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게 약점이다.
룰라 정부에서 각료를 지냈고 현재 민주노동당(PDT)을 이끄는 시루 고미스는 룰라가 부패혐의로 출마가 불가능해지면 좌파 진영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우파 성향의 민주사회당(PSD) 소속 엔히키 메이렐리스 재무장관은 브라질 경제를 침체 국면에서 구해줄 경제사령탑으로 주목받으면서 대선 후보군에 포함됐다.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좌파정권이 무너지고 우파정권이 등장했으나, 여론조사에서는 좌파 성향의 후보들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2018년 대선에서 좌파 재집권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반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의 영향으로 우파 후보들이 우세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도시 시장에 일제히 우파 후보들이 당선된 사실을 들어 2018년 대선에서도 이른바 '트럼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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