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각료 영유권 분쟁 섬 뺀 지도로 신년인사…비난 역풍
2017/01/03
아르헨티나의 한 각료가 신년인사를 하면서 영국과의 해묵은 영유권 분쟁 대상인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제도가 없는 자국 지도를 올려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일간 라 나시온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사회개발부 장관은 트위터에 "올 한해 통합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신년인사를 건네면서 포클랜드 제도가 빠진 자국 지도를 함께 올렸다.
이런 신년인사가 확산하자 아르헨티나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과 포클랜드 전쟁 참전 용사, 야권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사회개발부는 디자인 팀의 실무적인 실수라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포클랜드전 참전용사인 사울 페레스는 "불쾌하다. 단순 실수가 아니다. 현 정권이 주권보다는 영국과의 양자 무역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알리시아 카스트로 전 대사는 "이런 일은 주로 영국이 하는데, 훼손된 사진을 보고 화가 났다"면서 "역대 어느 정부도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 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재임 시절 영국 주재 대사를 역임했다.
아르헨티나에서 400㎞ 떨어진 포클랜드 제도는 1833년 이후 영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1982년 포클랜드 제도의 말비나 섬을 점령해 '포클랜드 전쟁'이 일어났다. 아르헨티나가 74일간의 전쟁서 패했지만,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자국의 소유였다고 주장하면서 영국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도 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2015년 말 취임한 후 아르헨티나는 영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포클랜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국은 작년 9월 민감한 문제인 영유권 문제는 뺀 채 포클랜드와 관련된 무역, 석유, 가스, 해운, 어업 등의 분야에서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약 3천 명에 달하는 주민 대부분이 영국계인 포클랜드는 현재 영국령 자치정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포클랜드 자치정부는 2013년 3월 주민투표를 시행해 99.8%의 찬성률로 영국령 잔류를 결정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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