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18일 실시되는 도미니카 공화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도 산토 도밍고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 공사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마이애미에서 발행되는 누에보 헤럴드가 7일 보도했다.
올 여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 공사는 미국 맨해튼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귀국하여 정권을 잡은 레오넬 페르난데스 대통령(54)의 꿈과 집념의 열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총 7억2천500만 달러를 투입한 15km 구간의 이 지하철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중요 업적임에는 틀림이 없다. 도미니카 공화국이 아직 정전과 빈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사회인프라 사업으로 부동산 붐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3번째 집권을 노리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하철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외국에서 유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국내 경제규모에 힘에 겨운 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자금난에 직면하자 비공개로 미국 플로리다 주의 한 회사로 부터 1억3천만 달러를 들여왔는 데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만큼 외자도입 규정을 위반한 꼴이 되고 말았다.
반대세력들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노동자들에 단기직장을 마련해 주고 표를 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오랜 지기로 자문을 맡고 있는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에두아르도 가마라 교수는 "조사결과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부분도 지하철 건설 사업이고 가장 나쁜 점수를 받은 부분도 역시 마찬가지 였다"고 확인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국내에서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하철 공사를 하겠다고 밝혔을 때 뉴욕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가 고국으로 돌아와 '작은 뉴욕'을 건설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페르난데스는 미국에서 이혼한 어머니가 봉제공과 간호사 보조원으로 일하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서둘러 아들을 데리고 고국으로 되돌아왔다.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변호사가 된 후 정치계에 투신, 지난 1996년 42세의 나이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4년 임기를 마친 그는 4년간 싱크탱크를 운영하면서 충전을 한 후 2004년 국내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대선에 출마하여 재선했다.
당시 도미니카 공화국 페소화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졌고 인플레율이 연 43%에 달하는 등 국내경제는 그야말로 파산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페르난데스는 "2004년 당시에는 거시경제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그 다음이 실업문제 해결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통화위기를 막아내고 외자를 유치하는 등 거시경제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 또 도심 치안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확고한 지지를 받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런 업적들을 배경으로 지하철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국민의 43%가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정전이 다반사인 경제사정에서는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반대세력들은 도심교통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하철 공사는 능력 한계를 벗어나는 너무 거창한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같은 정치적 상황에서 페르난데스는 대통령직 3기에 도전하고 있다. 물과 하수도 전문가인 엔지니어 출신으로 야당후보로 확실시되는 미겔 바르가스 말도나도에 비교하면 지지율이 17% 포인트 앞서고 있다.
야당은 경제가 연간 10% 성장했으나 아직 실업률이 16%에 있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은 4년 전에는 실업률이 19%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상황은 좋아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