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민들이 대거 몰려 사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교민사회를 비롯, 멕시코 등 미주 동포사회는 4.9 총선에서 집권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로 승리를 거두자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발전의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안정 속 경제 발전’을 기대했다.
오는 15일 이 대통령의 뉴욕 방문을 앞두고 있는 뉴욕 교포사회는 ’대통령맞이’로 분주한 가운데 한국의 총선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세목 뉴욕한인회장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국정 운영이 더 탄력을 받고 한미 관계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의석분포를 볼 때 국민이 여당을 견제하는 세력도 만들어야 한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므로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입법부와 국민의 여론을 더 많이 경청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밝혔다.
이 회장은 또 이 대통령이 총선을 계기로 국민이 바랬던 경제대통령에 맞게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오는 15일 뉴욕을 방문하는 이 대통령이 이곳의 경제인들을 만나는 등 경제문제에 주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석 뉴욕.뉴저지 유권자센터 소장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 새 정권에 탄력이 붙었으니까 빠르게 변하는 국제 관계 속에서 한국도 이전과 다르게 미리 대비하고 대처하는 예방외교를 펼쳐주길 기대한다”며 “보수층의 약진과 진보의 퇴보로 규정되고 있는 이번 총선 결과가 대미관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견제세력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실용주의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외교정책에서도 현실적으로 실용적인 접근을 해주길 바란다”며 “미국도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대통령은 3명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고 국무장관도 대개 5명 정도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만큼 미국의 차기권력을 예상해 한국의 국익을 위해 대미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준 특파원)
스탠퍼드대 신기욱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이번 총선의 특징으로 보수와 진보 세력의 재편을 꼽으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최대 과제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선진당이나 친박계열 등을 포함하면 정치적 성향에서 범보수 세력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 셈이니 보수화가 된 것은 분명하다”며 지난 17대에서 상당수 386 운동권 출신을 주축으로 한 진보세력이 진출했던 것에서 4년만에 큰 변화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이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 박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했고 여권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봤는데, 결국 이번 총선에서 친박연대가 14석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으로선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없으면 원활한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이며,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의 추진력이 결정되는 만큼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남문기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장은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드러난 표심은 여당에 적절한 힘을 주면서도 견제세력을 배려하려는 뜻이 담겨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절대 의석을 주지 않으면서 통합민주당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힘을 실어주었고 각 당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일단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한 만큼 이명박 정부는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한미 관계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해외 동포가 신청한 비례대표가 배척되는 등 동포를 배려하려는 자세는 전혀 읽을 수 없었다”며 “올해안에 재외국민의 참정권 확대가 이뤄주도록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LA=장익상 특파원)
멕시코 한인회 백헌 총무 이사는 “한나라당이 안정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턱걸이’ 과반이나마 확보함으로써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도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기대한 정도의 선전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
백 이사는 “유권자들은 전체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기대하며 집권당에 힘을 준 것으로 본다”면서 “국민의 뜻을 입법부가 실천에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박연대 후보들이 많이 당선된 것은 ’여당 내에서 야당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박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멕시코 한인문화원 정갑환 원장은 “선거 결과에 실망했다”면서 “선진국으로 가려면 아직 많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이번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며, 신자유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걱정이 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진보성향 세력이 정치판에서 거의 밀려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멕시코시티=류종권 특파원) june@yna.co.kr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