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부인 별세…뇌사 판정 하루만에 숨져
2017/02/04
테메르 대통령 3일 애도기간 선포…대선 앞둔 룰라 정치행보에 촉각
브라질에서 '좌파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부인 마리자 레치시아 룰라 다 시우바 여사가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상파울루 시내 시리우 리바네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마리자 여사는 열하루만인 전날 저녁 숨을 거두었다.
마리자는 출혈성 뇌졸중 증세로 입원했으며 한때 병세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2일 뇌사 판정을 내렸고, 그러고 나서 마리자는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녀는 브라질의 영원한 퍼스트레이디"라고 적었다.
각각 한 차례씩 이혼 경력이 있는 두 사람은 4남 1녀를 두고 있다.
각계 인사들은 룰라 전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했으며, 의회도 1분간 묵념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사흘간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다.
추도식은 룰라 부부가 1970년대 초부터 살아온 상파울루 주(州)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 시에 있는 금속노조 본부에서 이날 오전 열렸다.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 시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 결혼한 두 사람은 각별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마리자는 룰라가 노동운동가로 활동할 당시 가장 가까운 동지이기도 했다. 1980년 2월 좌파 노동자당(PT) 창당 과정에서도 조력자로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룰라는 마리자가 노동자당의 첫 깃발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마리자의 사망은 룰라의 정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노동자당은 오는 4월 7∼9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룰라를 대선 후보로 공식 결정할 계획이다.
룰라 자신도 대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정치 행보를 강화해 왔다. 공개 행사에서 차기 대선에 노동자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는가 하면 2018년 10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당겨야 한다며 조기 대선도 주장해왔다.
룰라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룰라와 마리자는 지난해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각각 검찰에 기소됐다. 부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 기소야말로 룰라의 2018년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룰라를 둘러싸고 제기된 부패 스캔들은 대선 출마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연방검찰은 부패와 돈세탁 등 혐의로 룰라를 모두 5차례 기소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재판에서 부패 혐의가 인정돼 룰라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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