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에 '부패 투어' 버스 등장…90분간 10곳 탐방
2017/02/07
기부금으로 무료 운영…수주 대가 의혹 대통령 부인 저택 등 소개
"왼쪽을 보세요. 지난 2014년 멕시코 남부 게레로 주에서 마약조직과 결탁한 부패 경찰에 의해 실종된 교대생 43명을 기리기 위한 조각상입니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부패 투어' 버스가 등장했다고 AP통신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부패 투어 버스는 2014년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 주에 있는 몬테레이에서 처음 도입됐다가 1주일 전부터 멕시코시티에서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버스는 일요일마다 두 차례에 걸쳐 90분 동안 멕시코시티의 부패 명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기관과 기업 등 10곳을 지나간다.
최악의 부패 명소는 일명 '백악관'이라고 불린다. 백악관은 공공입찰 수주 대가로 한 건설회사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부인에게 제공한 의혹을 받는 저택이다. 버스는 직접 저택을 들르지 않지만, 근처를 지나면서 가이드가 저택을 소개하고 의혹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투어 비용은 부패 척결에 공감하는 개인들의 기부로 운영되므로 무료다. 초기에 5천 달러의 기부금으로 운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이 자신이 겪은 부패 경험을 공유하고 부패 퇴치 전략에 대해 논의하도록 돕는다. 부패 투어 버스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구경꾼과 보행자 등도 부패 척결 대열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부패 투어 버스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버스 탑승 예약이 쇄도하는 바람에 이날 예약을 하면 오는 4월 2일에야 탑승할 수 있다. 주최 측은 3개월간 시범 운영 상황을 지켜본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주에 부패 투어 버스를 경험한 언론학 전공자 아드리안 에미그디오(18) 씨는 "많은 사람이 부패의 상징적인 장소를 모르고 있으므로 부패 투어 버스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6년 부패 인지지수에서 176개국 중 123위를 기록했다. 부패 인지지수는 순위가 낮을수록 청렴도가 높은 국가임을 의미한다.
멕시코에서의 부패는 일상적이다. 공무원들이 단속을 빌미로 뇌물을 요구하는 사레가 빈번하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입찰에 참여해 수주하려면 15% 안팎의 뇌물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돈다.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교통경찰에게 소정의 돈을 쥐여 주면 현장서 해결된다. 심지어 일부 교통경찰은 운전자가 돈이 없다고 말하면 현금인출기나 지인의 집까지 '호위'해주기도 한다. 일부 경찰은 검문을 이유로 취객에게 접근한 뒤 지갑에서 카드를 빼내 현금을 인출하기도 한다.
자원봉사자 가이드로 나선 타니아 산체스(44) 씨는 "부패 투어 버스 운영의 목적은 멕시코인들에게 갈수록 심각해지고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퍼진 부패문제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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